-9·13대책 여파로 청마용성 기세 한풀 꺾여…"분양 시작하면 다시 오를 것"
올해 강북 집값을 견인한 청량리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는 홍등가 철거, 교통 호재 등으로 '청마용성(청량리·마포·용산·성동)'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9·13 대책 두 달 만에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분양이 미뤄지며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전농동에 공급하는 '청량리 롯데캐슬 SKY-65(롯데건설)', '청량리 수자인(한양)'의 분양 일정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일대 지역에 대한 투자 및 입주 열기가 식는 분위기다.
청량리역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해 청량리가 뜨면서 인근뿐만 아니라 강남이나 지방에서도 청량리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문의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부동산 시장 자체가 조정장이고 분양 시기도 계속 미뤄지면서 매매 자체가 전과 같지 않다"고 했다.
'청마용성'에 이름을 올리던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청량리역세권과 주변지역을 교통·상업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청량리역 일대 종합 발전 계획'을 세우는 등 청량리에 주목했다. 80여 년 만에 청량리4구역에 집창촌인 '청량리 588'을 철거하면서 홍등가 이미지도 벗어냈다.
교통 호재도 풍부하다. 현재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경원선, 경춘선 등 4개 호선이 지난다. 청량리역환승센터를 통해 60여개의 버스 노선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강릉을 잇는 KTX 경간선도 개통됐다. 분당선 왕십리~청량리역 연장선이 개통되면 강남 선릉역까지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여의도·용산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강남을 지나는 GTX C 노선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청량리가 유망투자지로 꼽히자 동대문구 전체 아파트 시세가 동반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동대문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 100.2에서 10월 107.1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건축 연도가 오래된 아파트도 호가가 1억원 전후로 널뛰는 등 전성기를 맞는 모습이었다.
지난 7월 청량리4구역 공사중인 모습./채신화 기자
그러나 9·13 대책 이후 매수·매도자들이 모두 관망세에 접어들며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는 전용 84.98㎡ 매매가가 6월 8억9000만원(3층)~9억3800만원(21층)에서 9월 10억5000만원(2층)으로 뛰었다가 10월부턴 거래가 전무하다. 현재는 같은 타입이 11억~11억5000만원에 호가하고 있다. 답십리동 '래미안위브'도 84.99㎡이 지난달 10억1500만원(13층)에 매매됐으나, 현재 나온 매물의 가격은 10억원 전후다.
2000년대에 입주한 '전농삼성래미안(59.953㎡)'과 '전농동신성미소지움(112.874㎡)'은 8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전농삼성래미안의 경우 8월에 체결된 금액과 현재의 호가가 큰 차이가 없다.
이 가운데 새 아파트의 분양 일정이 연기되며 기대감이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청량리 롯데캐슬 SKY-65(롯데건설)'과 '청량리 수자인(한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의 등을 이유로 좀처럼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양 관계자는 "HUG에서 분양 보증을 11월 말 이후에 한다고 했는데, 11월 말에 분양 보증 신청을 해도 설계변경 심의, 분양승인, 금융권 협의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내년 상반기로 분양 시기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새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고 교통 호재가 실현되면 다시 일대가 들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농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 가격은 오를 때 확 오르고 떨어질 땐 천천히 떨어진다"며 "모든 부동산 대책이 그렇듯이 대책 이후에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다. 지금 잠시 주춤할 뿐 호재가 계속 있기 때문에 내년에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