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커리지호가 컨테이너를 싣고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항을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영문명인 HMM(Hyundai Merchant Marine) 글씨가 선명하다. /김승호 기자
【상하이(중국)·광양(한국)=김승호 기자】현대상선이 전 세계 해운국가들의 친환경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프로젝트'를 통해 올 하반기 총 39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하는 선박을 추가로 발주, 2020년 2·4분기부터 주요 항로에 본격 투입키로 하면서다.
이는 현대상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총 42만TEU와 맞먹는 규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1일부터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황산화물 함유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만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디젤기관으로 움직이는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등 선박엔 벙커C유를 사용한다. 그런데 벙커C유에는 유황이 3.5% 포함돼 있다. 유황이 많이 나오는 벙커C유를 땔수록 바다와 대기의 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국제기구인 IMO가 직접 규제키로 한 것이다.
특히 상하이, 선전, 닝보 등 세계 10위권 항만 가운데 무려 6곳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홍콩 포함)은 2020년부터 0.1% 이하의 초저유황유만을 사용한 선박만 양쯔강 하구와 보하이해를 통과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중국이 IMO보다 한 술 더 떠 더욱 강력한 환경규제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현대상선 중국총괄 고위관계자는 "IMO가 2020년부터 시행키로 한 황산화물 규제는 현재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화두"라면서 "항만 시장 1위인 중국도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아예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정부의 정책 방향이 뚜렷해 해운사들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유황 함유량이 낮은 저유황유는 고유황유에 비해 가격이 50% 가량 비싸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세까지 맞물리면서 관련 회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이는 결국 운송료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IMO나 중국의 이같은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3가지로 꼽고 있다.
저유황유를 쓰거나, 가장 친환경적인 연료로 알려진 LNG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 또 유황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기존 선박에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초기부담이 전혀 없는 저유황유는 가격이 비싸고, 공급도 일정하지 않아 연료비 예측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유황유는 현재 1톤(t)당 450달러인 벙커C유에 비해 200달러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벙커C유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을 아예 LNG선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초기 투자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LNG선은 화물을 싣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 효율성이 낮다.
현대상선은 스크러버를 설치한 새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해 국제적 흐름에 대응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최근 발주한 스크러버 설치 컨테이너선만 총 20척에 달한다.
이 가운데 2만3000TEU 선박 7척은 대우조선해양이, 5척은 삼성중공업에게 각각 맡겼다. 또 1만5000TEU 8척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다. 아울러 총 42만TEU에 달하는 기존 컨테이너선들도 IMO 환경규제에 맞춰 상황에 따라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선사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프랑스 CMA-CGM은 최근 2만2000TEU급 LNG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업계를 놀라게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가 발주한 스크러버 설치 컨테이너선은 2020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받아 2만3000TEU급은 유럽 노선에, 1만5000TEU급은 미주 노선에 각각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현재 전 세계 60개 이상의 항로를 통해 100개가 넘는 항구를 연결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서비스는 더욱 빠르고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