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이른 아침부터 그의 하루는 분주하다. 제일 먼저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헬스장.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나의 고객이자 나의 관객이라는 그는, 23년차 보험 세일즈맨이자 4년차 트로트 가수 구재영이다. 어디서든 에너지가 넘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일 그가 일하고 있는 보험회사를 찾았다.
지난 2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수 구재영은 "낮에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밤에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나유리 기자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시작된 가수의 꿈
"제가 보라고요?"
구재영은 지난 1996년까지 광고·판촉·인쇄업을 해오다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일 때문에 참석하게 된 회갑잔치에 사회자가 펑크를 내면서 우연치 않게 그가 MC를 보게 된 것. 이후 그는 하객들로부터 사회를 잘 본다는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행사전문 MC로 일하게 됐다. 그는 "처음 사회를 볼 적에는 걱정도 많고 긴장도 많이 했었다"면서 "그 때 직업을 바꾼 건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르게 된 무대는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왔던 가수의 꿈도 이루게 했다. 행사MC를 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지난 2014년 정식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 품어왔던 가수의 꿈을 이뤄 양로원이나 실버타운 등 어르신들을 찾아 노래로 봉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3년차 보험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행사MC와 가수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 보험 세일즈 활동을 하게된 셈이다. 그는 "행사MC와 가수활동 대부분이 봉사활동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행사가 없는 날에는 보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지금은 가수와 보험 일 모두 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직업이 서로 보완 작업을 해주고 있다"며 "가수일을 하며 만난 사람이 또 다른 고객이 될 수 있고, 고객은 가수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또 다른 신뢰를 갖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S화재 2018 블루리본을 수상했다.근속연수, 계약건수, 고객관리, 모집질서 위반사실이 없어야 하는 블루리본 수상자.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라디오에 출연 중인 가수 구재영. /가수 구재영 제공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가수 구재영. /나유리 기자
가수 구재영은 4년 전 정식 가수로 데뷔해 다양한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며 활동하고 있다./가수 구재영 제공
◆그의 삶. 그의 노래
특히 그는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한다. 그는 "진심이 담겨야 듣는 사람도 와 닿을 것 같아, 곡이 나오기 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많이 반영하려 한다"면서 "진심이 담긴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온 곡이 2014년 데뷔앨범 '맨발의 청춘'과 2017년 2집앨범 '덕분에'이다. '맨발의 청춘'은 서울로 상경해 무일푼으로 자리잡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덕분에'는 많은 고객·관객들 덕분에 자신이 이 자리에 와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최근 나온 '덕분에'에는 감사, 사랑, 행복 등을 담아, 각박한 사회 속에서 쉽사리 전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고향인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한 구민회관에서 2014년부터 3년간 열었던 경로잔치를 꼽았다. "가수가 자신의 고향에서 노래하는 것은 또 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며 "인원이 많이 줄어 지금은 그때처럼 진행하기 어렵지만 매년 찾아 뵙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가수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구재영.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CD와 명함을 들고 방송국에 들른다. 그는 "방송국에 들어가 PD가 계시면 CD와 명함을 드리고, 안 계시면 책상에 놓고 나온다"며 "매니저가 있었다면 홍보하는 것이 한 결 쉬웠겠지만, 혼자고 늦깎이 가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2018년 재능나눔공헌대상'시상식에서 문화예술인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수 구재영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수 구재영 재공
가수 구재영은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수 구재영 제공
가수 구재영은 4년 전 정식 가수로 데뷔해 다양한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며 활동하고 있다./가수 구재영 제공
◆"아내가 있어야 노래도 잘나와요"
그런 그에게도 비밀병기는 있다. 바로 아내다. 무대에 서기 전 의상부터 메이크업, 이미지까지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아내는 구재영의 보이지 않는 매니저다. 그는 "아내가 없었다면 가수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늘 응원하는 아내가 있어 맘 편히 가수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대에 서면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시작한다는 그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노래를 부르면 긴장도 사라지고 실수도 안하게 된다"며 "요즘은 무대에 오르면 먼저 아내의 얼굴을 찾는 게 일이 됐다"고 귀띔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2집앨범 '덕분에'가 많이 불려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수가 된 것은 어떤 이익보다도 봉사활동을 당당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노래로 행복을 전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 행사부터 송년회행사로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져도 '무대에서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구재영. 그는 "저의 모든 에너지는 무대에서 받아오는 것"이라며 "무대에 섰을 때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수 구재영 2집 앨범 사진./가수 구재영 제공
가수 구재영 2집 앨범 사진./가수 구재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