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콜라는 있어도 김 빠진 샴페인은 없다. 탄산음료는 한 번 따라놓으면 금새 탄산이 날아가고 밍밍해지지만 샴페인은 곱고 섬세한 기포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기포에 이런 생명력을 심어준 것은 사람의 노력과 기다림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 중에서도 사람의 손때가 가장 많이 묻고, 기다림의 시간도 길다.
일반적인 와인은 한 번의 발효를 거치고,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3년 정도의 숙성을 거치면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차원이 다르다.
1차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얻고, 기포를 얻기 위해 다시 한번의 발효를 거쳐야 한다. 2차 발효는 낮은 온도에서 매우 더디게 일어난다. 화려한 거품옷을 입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최고봉인 샴페인의 경우, 2차 발효는 병속에서 최소 15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에 효모들은 생성된 거품으로 인해 높아진 압력을 못 견디고 조금씩 분해돼 특유의 풍미를 남기고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일부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2차 발효 및 병속에서의 숙성을 무려 10년 이상 시킨 후에 완성품으로 내어 놓는 경우도 있다. 단순한 술이 아니라 예술품이나 마찬가지다.
샴페인 앙리오가 그렇다. 부르고뉴에서 손꼽히는 와인생산자 부샤 페레 피스와 샤블리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윌리암 페브르로 이름을 떠치고 있는 앙리오 그룹이 소유한 샴페인 하우스다.
샴페인 앙리오의 밀레짐 브뤼 2008은 무려 10년이나 되는 숙성기간을 거쳐 이제야 사람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탄탄한 구조감과 섬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상큼한 과일과 꽃에, 꿀과 설탕으로 졸인 레몬의 풍미까지 더해져 긴 여운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오래 숙성된 샴페인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여유와 복합스러움이 있지만 특유의 힘찬 기포와 산미는 언제 마셔도 신선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샴페인 앙리오의 기본급인 브뤼 수버랭 NV는 과거 빈티지 와인을 약 30% 가량 섞어서 시간의 무게감을 입히고, 매년 품질도 균일하게 유지한다.
섬세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유의 부드운 화이트 와인 색을 표현하려면 포도 껍질의 색이 스며들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포도를 따야 한다.
샴페인 트리보 역시 기술혁신을 위해 현대식 기계화 설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수확만은 손으로 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한 샴페인 생산자의 연구에 따르면 샴페인 한 병에는 약 2억5000만 개의 거품이 녹아있다고 한다. 어느덧 연말이다. 2억5000만 개의 별이 쏟아지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때다.
(왼쪽부터)밀레짐 브뤼 2008. 브뤼 수버랭 NV는 그을린 오크와 바닐라, 꿀, 레몬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샴페인 트리보 로제NV는 장미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다양한 향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샴페인 트리보 블랑 드 샤도네이 NV는 꽃과 나무, 잘 구워진 빵의 향이 어우러져 식전주로 좋다.
, 자료도움=나라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