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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살자] ② "당신의 청춘, 안녕하신가요?"··· 인생의 황금기에 죽음을 택한 사람들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20~30대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청춘예찬(靑春禮讚)'은 만물이 푸르른 봄, 인생의 젊은 나이를 좋거나 아름답다고 찬양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청춘은 좋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우리나라 20~30대 사망 원인 1위는 10대와 마찬가지로 자살이다.

29일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20~30대 사망원인은 고의적 자해(자살)가 가장 많았다. 20대의 10명 중 4명(44.8%)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30대의 경우엔 자살에 의한 사망(36.9%)이 2위인 암(20.7%)보다 약 1.8배 많았다.

청년들은 가난했고, 우울했다. 학계는 일자리 창출, 주거 문제 개선 등 젊은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빚 때문에 빛 바란 청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빈곤의 다차원적 특성 분석과 정책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단독가구의 빈곤율은 2007년 12.6%에서 2016년 20.8%로 8.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지난해 7월 15일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녀 2명이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가족들에게 인계됐으나 3일 뒤인 18일 화성시 서신면의 한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푸릇푸릇한 청춘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까. 청년층의 현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을 대변하는 모든 지표가 암울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빈곤의 다차원적 특성 분석과 정책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단독가구의 빈곤율은 2007년 12.6%에서 2016년 20.8%로 8.2%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청년가구 5가구 중 1가구는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파산신청자는 2013년 484명에서 2016년 743명으로 1.5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20대 면책 신청자는 628명에서 730명으로 1.2배 증가했다. 개인 파산·면책은 파탄에 직면한 개인의 채무를 조정해 잔여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금태섭 의원은 "20대에서 개인 파산·면책 신청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라며 "학자금 대출, 취업난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최근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이는 안정적인 성인으로의 이행에 필요한 자산형성에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원은 또 "경제침체기의 경제활동이 불안정할수록 장년기에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기 경제활동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인으로의 이행기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취업 안 돼 우울한 청년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 3명 중 1명(39.5%)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7명 중 1명(15.3%)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토이미지



추석 명절 연휴였던 지난달 25일 광주시 서구 덕흥동 극락강 인근 하천에서 취업준비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부모님, 힘들었는데 고마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경찰청이 분석한 2016년 자살 주요 동기 비율을 보면, 정신과적 질병 문제가 36.2%로 가장 많았다. 경제생활 문제(23.4%), 육체적 질병 문제(21.3%)가 뒤를 이었다. 이는 높은 취업 장벽으로 인해 빈곤과 우울에 시달리는 청춘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15~29세)은 8.8%에 달하며, 청년실업자 수는 37만8000명에 육박한다. 경제 주체인 30대조차 위기다. 30대 고용률은 75.6%로 0.2%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대 취업자 수는 10만4000명이 감소했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 3명 중 1명(39.5%)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7명 중 1명(15.3%)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취업준비생의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및 사회적 지지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1990년대 초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30.3명을 기록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핀란드는 국가 주도의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핵심 대책 중 하나는 '심리적 부검'이었다. 심리적 부검이란 정신과 전문가들이 자살자의 가족과 지인들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해 고인의 유서, 일기 등 개인 기록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1987년부터 전문가 5만명을 동원해 자살자 1366명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단행했다. 부검 결과 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중 15%만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핀란드 정부는 1991년 정신질환 조기 발견 및 치료,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2014년 핀란드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4.1명으로 199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에 대한 심리적 부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심리적 부검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 등 정보 제공자가 심리적 부검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자살예방 기관 및 의료기관 등을 연계시킨 인프라를 구축해 심리적 부검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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