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검찰이 1998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주범인 자국인 K(51)를 최근 기소했다고 16일 법무부가 밝혔다.
스리랑카 검찰은 한국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스리랑카 내 공소시효 만료 4일 전인 12일 K를 성추행죄로 콜롬보 고등법원에 기소했다.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은 1998년 대구시 구마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대생(당시 18세)의 속옷에서 남성 정액 DNA가 확인됐음에도 다른 증거가 없어 성폭행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사건이다.
이후 15년만인 2013년 DNA 데이타베이스 구축으로 스리랑카 국적의 DNA 일치자 K가 확인됐다. 그는 같은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죄로 한국 법원에 기소됐다.
하지만 K는 강도죄의 증거가 부족하고 강간죄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고 지난해 7월 스리랑카로 강제 추방됐다.
당시 재판부는 K의 강도혐의에 대해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시효완성을 이유로 면소판결했다.
법무부와 대구지검은 지난해 8월 스리랑카 법령상으로는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살인·반역죄 외에는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년이다. 법무부는 스리랑카 당국에 K 등의 강간 혐의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포함한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와 형사사법공조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공조거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김영대 검사장을 팀장으로 모인 전담팀이 2회에 걸쳐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또한 1000쪽 분량의 증거서류 번역본을 스리랑카 측에 제출했다. 이 밖에 이메일·전화 수시협의 등으로 스리랑카 측의 수사와 기소를 요청했다. 스리랑카 측도 수사팀을 한국에 파견해 다수의 참고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 협조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최종 기소 결정단계에서 한국 측은 주범에 대한 강간죄 기소를 요청했지만, 스리랑카 검찰은 K를 성추행죄로 기소했다. K의 DNA가 피해자의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된 점,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는 점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스리랑카 형법상 성추행죄(Sexual Harassment)는 법정형 징역 5년 이하로 추행, 성희롱 등 성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폭넓게 처벌한다.
법무부는 스리랑카 사법 당국으로서도 2006년 형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외국에서 발생한 범행을 기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향후 공판과정에서도 스리랑카 검찰과 긴밀히 협조하여 범인필벌이라는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