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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현대판 자산어보 만들고 싶다"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출조할 때의 김지민씨./김지민 제공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주섬주섬 낚시도구를 챙겨 차 트렁크에 넣는다. 아직 어둠조차 가시지 않은 새벽 길을 달려 서해 바다에 도착하면 푸른 바다가 반긴다. 갯바위나 섬으로 가서 하는 낚시는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 여름에는 새벽 4~5시부터 아침 9시까지가 최고의 황금 시간대이다. 이 때는 사람처럼 물고기도 아침 밥을 먹는 식사시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입질의 추억'이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김지민씨의 조행(釣行)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제주도, 거제, 통영 등 남쪽지방이 많아요. 전날 미리 출발할 때도 있는데 오후 출발해 현지 도착해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나오기도 합니다. 주로 2인 1조로 가는 게 좋은데 전에는 부인과 같이 갔지마 지금은 일본의 유명한 찌 만드는 곳 대표와 다니기도 하고 블로그 독자 중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과도 같이 다닙니다."

좋아서 하는 낚시지만 쉬운 건 아니다. 뱅에돔, 참돔 등 갯바위낚시를 하게 되면 서울 사는 사람은 현지에 가는 자체가 일이다. 10만~20만원 배삯까지 주면서 하니 거의 밤새도록 하는 조업수준으로 하게 된다. 만일 고기가 안잡히면 해질 때까지 하기도 한다. 갯바위 낚시는 정오까지 하는 오전반 외에 정오에 나가서 해질 때 들어오는 오후반도 있다.

"확률이 있는데 5번 정도 낚시를 나가면 1번은 만족, 1번은 평타, 나머지 3번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수확이 별로 없으면 당연히 실망하게 되죠."

일반적인 낚시꾼이라면 그냥 그날 낚시를 끝내면 된다. 그러나 김지민씨는 약간 다르다. 그는 이미 방송에 출연하고 책을 내며 유명 포털에 콘텐츠도 공급하는 '어류 컬럼니스트'다. 그의 글을 기다리는 많은 독자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대마도 미네만에서 대물 감성돔 낚시에 성공한 김지민씨과 딸./김지민 제공



"고기가 안잡히면 뭔가 재미있는 상황을 최대한 사진으로 담아서 살려야 합니다. 한 마리를 잡아도 큰 게 잡힌다든가, 특이한 고기를 잡든가 하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죠. 그런 게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김지민씨는 처음에는 직장생활을 했는데 블로그를 통해 취미로 올리던 낚시글이 생각보다 인기가 있어 전업 블로그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낚시만 가지고는 대중적으로 한계가 있는 소재였다.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소재를 찾다가 생선을 포함한 어류를 조합시켜 써보자고 생각했다. 마침 낚시 나가면서 접하기 어려운 어류를 접하니 그 생태나 습성을 좀더 잘 알게 되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수산시장을 다니거나 배가 들어오면 그걸 취재하거나 하기는 어려운데 김지민 씨는 현장 방문은 기본이고 직접 낚시까지 하니 생생한 정보 획득이 쉬운 것이다. 이 때부터 그는 어류 컬럼리스트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우리나라가 수산강국이라는데 그만한 인프라와 데이터도 없어요. 몰라서 포털을 검색할 때 제대로 된 글이 안 나와요. 가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올라온 수산물 글도 틀린 게 많습니다. 때문에 저는 일본쪽 박사논문까지도 읽어서 참조합니다. 우리가 신뢰도 있는 수산물 전문 글이 없기에 이쪽은 블루오션이죠. 그러니까 내가 하자라고 결심했습니다."

ebs성난물고기 태국편 촬영 중 거대 자이언트스네이크헤드 피시를 잡은 김지민씨./김지민 제공



8년째를 맞은 그의 활동은 점점 결과를 내고 있다. '우리식탁 위의 수산물'이란 책을 내게 되었으며 낚시와 수산물에 관련된 각종 방송에 자문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한 여러 TV 방송에 출연했으며 지상파 프로그램 '성난 물고기'에서 연예인과 같이 하는 방송도 찍게 되었다. 김지민 컬럼니스트는 그 때를 인상깊었다고 회상한다.

"사실 저는 해외에 나가서 참치나 새치처럼 거대한 물고기를 잡는 낚시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생생한 어류 컬럼니스트 자문이 필요해서 같이 나갔죠. 몰디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오지를 돌아다니며 고생도 하고 고기도 잘 안잡혔지만 해외 원주민과 보디랭귀지를 하며 재미있게 소통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객관적인 수산물 글을 쓰려다보니 이해당사자와의 충돌도 있다. 김 씨가 수산시장에 취재를 가면 상인들이 경계한다. 사진 찍거나 물어보면 싫어하고 쫓아내려 하기에 일부러 관광객인 척 하면서 사진찍고 모르는 척 물어보면서 생선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글로 부조리한 상거래를 지적하면 관련 상인들이 다음이나 네이버에 메인에 노출된 글을 보게 되고 논쟁이 벌어진다.

"수산물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 얼마후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요. 한번 대대적으로 방송이 나가면 그 문제점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많이 속여파는데 가격이 2~3배로 차이나죠. 이제는 이런 횟집 많이 없어졌습니다. 대만산 싸구려 민물고기인 틸라피아를 돔이라고 속여 내놓는 일이나 베트남에서 양식된 베트남에서 양식된 팡가시우스 메기를 참메기살로 속여 회로 먹는 일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어류칼럼니스트 김지민씨./김지민 제공



그래도 김지민씨는 어류 컬럼니스트로 바른 글을 올려 이런 잘못된 관행을 없앴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얼마전 그는 민속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식생활 관련된 백과사전의 어류 부분 일부 집필을 맡았다. 5월에 시작해 6월말에 끝났고 올 겨울에 백과사전이 나올 예정이다. 또한 9월에는 세 번째 저서인 '꾼의 황금레시피'가 출판 예정이다.

그가 이런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제 궁극적 목표는 현대판 '자산어보'를 내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바다가 계속 변하고 있어요. 수온도 변하고 양식업도 잡히는 물고기도 변하고 있습니다. 식탁에 올라오는 수산물 종류가 바뀌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인터넷이나 기존 수산물 서적은 80~90년대 옛날 데이터라서 현 실태와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 현대적으로 해석해 수산물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정한 어류컬럼니스트란 명칭에 알맞게 그의 꿈은 무척이나 원대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의 바다에서 사계절에 따라 잡히는 수산물이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강원도 고성부터 시작해서 포항과 부산, 목포와 연평도까지 전부 다닐 겁니다. 조업하는 배도 타고 재래시장 상인과도 이야기해보면서 실사를 해보면서 자료를 모으려고 합니다. 10~15년을 내다보고 낚시도 틈틈히 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집약할 생각입니다."

1814년 실학자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는 200년이 지난 오늘도 당시 어류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서술을 담은 사료로 취급받고 있다. 어류컬럼니스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김지민 씨가 인생을 걸고 만드는 현대판 자산어보에 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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