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중무휴 운영하는 준대형마트/메트로DB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개치는 '준대형마트', 소상공인 한숨↑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대상 X…골목상권의 새로운 포식자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들어 한숨 쉬는 날이 늘었다. 동네에 대형 식자재 할인마트가 생기고 고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아니다보니 출점제한과 휴무일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식자재 마트때문에 A씨를 비롯한 인근 슈퍼마켓과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Market/기업형 슈퍼마켓) 등 유통 대기업의 영업을 규제하면 소비자의 발길을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유통산업 관련 법안들을 내놓았다. 근거리 출점 제한과 의무휴무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발길은 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으로 향하지 않았다. 수혜는 엉뚱한 곳에 돌아갔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준대형 할인마트가 급성장하면서 지역 시장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마트를 꼽자면, 세계로마트, 탑마트, 홈마트 등이다.
준대형마트는 다품목을 대량구매한 후 특정 물품별로 시장가격보다 저가에 판매함으로써 품목별 영세상인의 매출을 잠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준대형마트는 모두 6만개이며 연매출이 100억원 이상인 곳만 2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지난해 기준 세계로마트는 9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예로 세계로마트는 전국에 약 50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이 되지만, 이러한 준대형마트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규모 점포로 시작해 크게 성공한 자수성가의 예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준대형마트까지 규제해야할지 말지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출점에 대한)일정선은 지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과 동네 영세슈퍼에 대한 고사로 2010년 11월 국회는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켰다. 또 지자체별로 매월 2일 이내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준대형마트는 예외다.
준대형마트가 몸집을 부풀리는 동안 SSM 점포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부진과 성장 한계에 부딪힌 대형 유통기업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2015년 371개이던 매장이 2016년 368개, 지난해 365개로 줄더니 현재는 353개 매장으로 대폭 줄었다. 롯데슈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2017년, 464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456개 매장으로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준대형마트는 출점제한을 받지 않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의무 휴무일을 지킬 필요가 없어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허다하다"며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고객 수에 비례하고, 고객 수는 점포 수에 비례하다보니 SSM의 성장은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준대형마트의 한계를 모르는 성장과 가격경쟁은 지역 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면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이라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활개치는 새로운 '시장경제 포식자'에 주목해야함은 물론,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소비자가 공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