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회사에 요청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회사가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정기예금 한 개만 등록해놨습니다."
회사 퇴직연금 사업자인 A은행의 답변이었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바꾸려고 아무리 찾아봐도 정기예금 외에 다른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문의에 대해서다.
지난해 말 회사가 가입한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이었다. 회사가 매달 적립하는 금액만 정해져 있고, 운용을 어떻게 할 지는 물론 수익률에 대한 책임까지 근로자 본인이 져야 한다.
회사가 퇴직연금에 처음 가입할 때 일단 정기예금으로 지정해 놓겠다고 한 사항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기예금만 가능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바였다.
해당 정기예금의 연 금리는 1.78%. 최근 몇 년간 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찍었음에도 퇴직연금 평균수익률은 연 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모든 상황은 퇴직연금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사용자인 회사는 매달 해당 금액을 꼬박꼬박 적립하는 것만 신경썼을 뿐 사업자가 상품군을 잘 갖췄는지, 수수료는 과도하지 않은지는 관심이 없었다. 회사에서 기자가 운용상품에 대해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했을 정도로 근로자 역시 아무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중 전체 가입자의 90.1%가 운용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다. 작년이 아니라 기간을 늘려봐도 비슷하다. 매달 10만원의 적금을 들 때는 0.1%포인트의 우대금리도 챙기려고 꼼꼼히 따지지면 매달 적어도 몇 십만원이 쌓이는 퇴직연금에는 관심을 안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감독당국이 가입자의 무관심과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성향, 사업자의 수익률 제고노력 미흡 등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제도적인 변화는 분명 반갑지만 근본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첫 걸음은 본인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