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하고도 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전기차용 전지 생산 집중 때문이다.
ESS는 전력을 비축할 수 있는 장치다. 거대한 하나의 건전지라고 볼 수 있다. 전력 공급량이 과도할 때 ESS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공급이 많이 필요한 때에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SK이노베이션은 이미 ESS 개발을 완료했다. 당시 일부 ESS 사업자들 사이에는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ESS 성능이 알려지기도 했다. 충방전 수명 6000회에 70% 수명을 보증하는 수준이다. 전지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과정을 6000회 반복한 뒤에 전지의 저장 가능 에너지양이 최초 저장 가능한 에너지양의 70%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삼성SDI와 LG화학에서 현재 생산하는 ESS와 비슷한 수준이다.
ESS는 하루 종일 충전과 방전을 거듭한다. 설치되는 공간이 커도 큰 문제가 없어 에너지밀도보다 충방전 수명이 더 중요하다. 반면 한정된 공간을 사용하는 전기차용 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이차전지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전기차용 전지 셀과 ESS용 전지 셀 내부 설계를 다르게 한다.
용도에 따른 전지의 내부 소재 설계만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생산라인으로 ESS용 전지를 만들거나 전기차용 전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LG화학은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업체에서 제외되자 중국 난징에 위치한 이차전지 생산라인에서 ESS용 전지를 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난징에서 ESS용 전지를 생산해 국내외 ESS업체에 공급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난징공장의 가동률 회복과 전지사업부문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ESS용 전지는 전기차용 전지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부족이다. 국내 ESS 시장은 2017년부터 공급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국내외 ESS 시장이 커지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ESS용 전지의 수익성은 전기차 전지 수익성보다 높다.
수익성 면에서 유리한 사업임에도 SK이노베이션이 ESS를 양산하지 않는 이유는 안정적이지 않은 수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용 전지의 경우 고객사인 자동차 업체에 한 건을 계약하면 몇년 동안 꾸준한 제품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1건당 수익성이 ESS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반면 ESS는 수요량이 일정하지 않다.
현재 ESS 시장이 공급부족에 처한 이유도 수요의 불안정성에 원인이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동차용 전지 시장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ESS용 전지를 공급할 여유가 많지 않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기차용 전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생산라인에 여유가 없다"며 "ESS사업 참여는 향후 생산라인에 여유가 생길 경우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