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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창간호 13면]①그대 일할만 한가…가혹한 업무에 '헝그리 정신' 버린다

서울 시내의 한 기업에서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 플리커





#불과 한 달 전까지 대기업의 영업맨이었던 A씨는 지난 28일 노량진역 주변 고시원에 짐을 풀었다. 그의 책장에 있던 '영업맨들이여, 절대 부탁하지 마라'는 '9급공무원 기출 백서'로 바뀌었다. '1등 영업맨과 연봉 10억의 포부'는 그렇게 내려놨다. 자정이 너머 퇴근을 하던 어느 날 그는 외쳤다. "그대 일 할만 한가." 공무원 준비는 그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헤엄쳐 반환점을 돌았던 결과다.

지나친 회의감은 상상력을 잃은 현실주의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노동 압박감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다시 취준생 신분을 돌아가고 있다. 높은 연봉의 가혹한 업무보단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청년들이 늘고있는 것. 이런 한국 청년들의 행태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꿈을 잃은 세대)와 대조되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업난과 강한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의 노멀크러시(자극적인 것을 거부하고 평범함을 추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한다.

◆가혹한 '워라밸'은 지나친 '현실주의'로

최근 가혹한 업무 강도에 청년들이 다시 회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일'과 '삶'을 저울질해 다시 구직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30일 인사혁신처가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공시생 76%가 '안정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중 '잘리지 않는 지속성'만큼 주목받는 것이 '삶의 안정'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937명을 대상으로 회사의 '워라밸' 정도를 설문한 결과 워라밸이 좋다면 연봉이 낮아도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직장인 58.3%로 나타났다. 워라밸이 직장을 선택하는 동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정부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위한 실태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기업과 근로자가 근무혁신을 위해선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정시퇴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사가 원하지 않는 야근이지만 정시퇴근은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된다면 급여는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퇴근이 가능해진다.

한 공시생은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적당히 돈 받고 밤에 퇴근해서 가족들하고 시간 보내고 주말에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을 원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을 향한 대한민국 청년들의 무한 애정은 모두 과도한 경쟁과 불안감에 지친 2030 세대가 체득한 삶의 방식인 셈이다.

◆노멀크러시, "평범함이 좋다"

이같은 한국 청년들의 상황은 종종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비교되곤 한다.

사토리 세대는 1980~2000년 일본의 장기 불황이 이어졌던 '잃어버린 20년'에 태어난 세대를 뜻하는 말로, 사토리는 '득도(得道)'라는 뜻이다. 사토리 세대는 성장기에 학습된 불황과 좌절을 통해 자기만족의 범위에서 꿈을 갖는다. 이들은 출세와 돈벌이에 큰 관심이 없고 그저 소소한 삶에 만족한다.

최근 우리나라 20·30세대 사이에도 '노멀크러시'가 화두로 떠오른다.

노멀크러시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질린 20대가 평범함을 선호하게 된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다.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성공보다 평범한 삶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멀크러시가 욜로족 형성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한다. 또 욜로족과 사토리세대는 삶을 꾸리는데 필요한 금액 이상으로 큰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여가와 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선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아베노믹스 성과로 인한 경기회복과 인구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라는 변수로 인력난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처해있지만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기업들의 손짓에도 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일본의 중장년층은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는 한국 청년을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의 '헝그리 정신'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는 미지수다. 벌써 헝그리 정신의 청년들은 변심을 감행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근로자들은 장시간 근무로 인해 노동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취업난만큼은 많이 해소돼 이전보다 사토리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한국은 취업난도 극심한 가운데, 취업 후에도 강한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어 본인의 삶을 챙기기가 어렵다. 한국 청년들이 스스로 업무 대비 삶의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을 꿈꾸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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