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수원 사장(왼쪽)이 APR1400의 설계인증 취득과 관련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방문해 번스(Burns) 위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수원
최근 4년간 연평균 1조8000억원씩 이익을 내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엔 순이익이 1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수원의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125억원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4년 당시 1조4405억원, 2015년 2조4571억원, 2016년 2조4721억원 등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86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한수원은 올해 전력판매를 통한 수익을 작년 매출인 9조5109억원보다 많은 10조2515억원으로 전망했다.
수익이 증가하는데도 순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가운데 정비 등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실제 한수원은 올해 총비용을 10조7816억원으로 내다봤다. 특히 감가상각비와 계획수선비 등 기타경비가 총 7조7608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면서다. 이외에도 2조3434억원의 재료비, 6774억원의 인건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 전력 판매가 줄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원전 이용률은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일부 원전 가동이 중단됐던 2013년과 경주 지진에 따른 안전점검을 한 2016년을 제외하고 2000년대 들어서 70%대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원전 이용률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정부가 원전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일부 원전에서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통상 3개월이 걸리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올해 쓰일 계획수선비 등을 많이 잡아놓은 것도 이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들어 한수원의 첫 수장이 돼 이달초 취임한 정재훈 사장은 인사말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자는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원전 수출, 원전 해체 역량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한 새 비즈니스를 적극 개척해나가자고 독려했다.
이런 가운데 정 사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기관들과 원전 수출 및 해체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우리나라 수출형 원전인 APR1400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NRC 설계인증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설계인증 심사 전체 6단계 중 3단계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또 한수원은 이번 정 사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국내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원전해체분야 협력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수원은 원전 해체 역량 확보를 위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한 바 있다.
한편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중장기 목표도 수정했다.
20030년 매출 25조원에서 2031년 매출 13조6000억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당초엔 국내 원전 35기를 운영하고 해외 원전 11기를 수주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원전 분야 위상 글로벌 3위와 신재생 분야 위상 국내 1위로 수정했다. 올해 경영 목표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노력과 원전해체 사업체계 구축 등 '깨끗한 에너지 전환'을 추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