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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노답 사회' 대한민국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답을 찾다

#.대한민국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성, 청소년,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은 사회의 불편·부당함을 바꿔나가려는 사람들로 매일 북적인다.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찾아보려 한다. - 편집자주

'2016년 피해자 성별·연령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93.04%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약자다. 경찰청의 '2016년 피해자 성별·연령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해자의 87.75%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93.04%가 여성이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피해자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통해 성범죄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연장,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적용 완화를 약속했다.

시민들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성범죄 형사처벌 강화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가 내놓은 다른 성범죄 대책들에 대해선 관련 조항 폐지와 같은 강력한 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범죄 처벌 강화 대책 '찬성'

"성희롱, 성추행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며, 피해자가 몸과 마음에 평생 이고 갈 상처를 남긴 강간범의 경우 우리도 미국처럼 평생 감옥에서 지내게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20일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에는 1만4784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에게 적용 예상되는 혐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또는 간음'이다. 가해자들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형법 제303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죄의 무게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8일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위계·위력 간음죄의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추진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정부의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이었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역 2년 이하는 법정형이 너무 낮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게 맞다"며 성범죄 처벌 강화를 찬성했다. 법무법인 율원 강진석 변호사는 "경고적인 의미에서 형량을 높이면 위하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좀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공소시효 연장보단 '폐지'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제라도 성폭력에 공소시효를 없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으로서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경찰 신고 비율은 2.2%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공소시효 폐지가 아닌 연장을 택했다. 지난 8일 정부는 '성폭력 근절대책'을 통해 성범죄 공소시효를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법인 광안 김혜겸 변호사는 "성범죄는 범죄 특성상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원 강진석 변호사 역시 "성범죄는 피해 즉시 밝히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피해자가 당시 분위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 용기를 얻는 경우가 있는데,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을 못 받게 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시효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적극성과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적 판례 경향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공소시효를 연장해도 사법기관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명예훼손죄 '폐지'가 답

"사실이 명예훼손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참 답답합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4만2929명의 지지를 받았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를 역고소의 위험에 노출시켜 진술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정부는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 조각사유(형법 제310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형법 제310조에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위법성 조각사유를 근거로 공익성이 입증되면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례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처벌을 면하려면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적시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피고인이 공익성을 증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폐지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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