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락을 기록하며 심한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위험회피 심리가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6원 내린 1067.6원에 마감했다.
시작부터 9.2원 내린 1068.0원에 출발, 원화 강세장을 예고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9.9원 내린 영향이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환율은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을 벗어났다는 인식 속 설 연휴 기간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하락 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은 5.2원(1~12일)을 기록했다. 일평균 5.2원 변동성은 지난해 3월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5.4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시장에선 이달 초 미국 임금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국채금리가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것이 이 같은 일중 변동 폭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은 지난 2일(현지시간) 2.8415%까지 상승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위험자산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튿날 활황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이에 따라 신흥국 증시 및 통화 가치가 함께 폭락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험회피 심리가 미국에서 시작되다보니 뉴욕증시가 하락하면 국내 증시 및 원화도 약세를, 뉴욕증시가 상승하면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최대 4.0원으로 비교적 평온하게 움직였다. 다만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달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본회의 전까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성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설상가상 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달 확실시되면서 기업들의 환율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이 같은 '널뛰기' 환율 장세에 대해 "증시나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