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창 퍼시스그룹 회장이 2016년 3월16일 '제43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고 있다. /출처 :퍼시스
일룸, 시디즈, 팀스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가구회사 퍼시스 그룹의 1·2세 승계 과정이 요즘 가구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버지가 대주주로 있는 시디즈의 핵심 사업을 계열사이면서 상장사인 팀스에 매각해 결과적으로 자식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의 몸집을 극대화하는 '퍼시스식 가업승계' 때문이다.
퍼시스 창업주인 손동창 회장과 아들 손태희 부사장의 이야기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꼼수 승계'라는 혹평이 나오기도 한다.
18일 가구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팀스는 오는 3월23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영업양수 관련 안건을 승인한다.
지난해 12월 중순 팀스는 시디즈의 의자 제조 및 유통에 관한 영업권을 325억2600만원에 사들인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고작 101억원 규모인 팀스가 1298억원에 달하는 시디즈의 의자 제조·영업 부문을 인수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기준 1394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시디즈는 93%에 달하는 '핵심 사업'을 325억원에 팀스로 옮기게 된다.
여기에 일부에서 꼼수로 지적하고 있는 퍼시스의 승계 노하우가 숨어 있다.
시디즈는 80.51%를 보유하고 있는 손동창 회장이 대주주다.
팀스는 계열사인 일룸이 40.58%, 또다른 계열사인 바로스가 15.15%, 목훈재단이 3%의 지분를 각각 갖고 있다.
핵심은 손태희 부사장이 29.11%를 갖고 있는 일룸이다. 일룸은 자기주식을 61.29%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의 딸인 손희령씨도 일룸 주식 9.6%를 갖고 있다. 사실상 손 회장의 자식들이 일룸을 소유하고 있고, 그 일룸은 시디즈 사업을 물려받은 팀스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앞서 시디즈는 지난해 4월 당시 갖고 있던 팀스 지분 40.58%를 일룸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손 회장이 자식들 보유의 일룸에 팀스 지분을 모두 넘긴데 이어 올해엔 팀스에 시디즈의 핵심 사업까지 매각해 비상장사인 일룸과 상장사인 팀스를 그룹의 '핵심'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아버지의 시디즈가 살을 깎아 자식들이 갖고 있는 일룸과 팀스에 아낌없이 넘겨준 덕택이다.
그러면서 팀스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날 태세다.
시디즈 사업부문 양수 공시 직전 2만500원(2017년 12월12일)이었던 팀스 주가는 지난 14일 현재 5만9500원까지 급등했다. 양수가 모두 끝나는 오늘 4월 이후 본격적인 실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팀스는 시디즈의 사업부문 양수 사실을 공시할 당시 목적에 대해 "사업확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힌 바 있다.
상장사이긴 하지만 계열인 일룸, 바로스, 목훈재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총 58.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터여서 일반주주보단 사실상 이들 주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팀스가 시디즈 사업을 인수한 것은 100% 승계 문제 때문"이라면서 "당초엔 손 회장 개인 회사인 시디즈를 통해 그룹사를 지배하고 승계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최근 들어 상속문제가 워낙 복잡해지다보니 전략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퍼시스는 손 회장의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 향후 지주사 체제를 모색하는 동시에 자식인 손 부회장 등이 갖고 있는 일룸에 대해선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