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인세율 인하로 두산밥캣이 이르면 올해부터 매년 3000만달러(약 326억원)씩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전체 실적의 70% 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할 정도로 국내 기업 중 미국 법인세율 인하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순이익 증가율이 19.2%에서 16.6%로 2.5%포인트(신한금융투자 추정)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개정된 법인세법이 올해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소득액 3000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여기에 한국산 세탁기 등에 '관세폭탄'을 매기는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되면서 실적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법인세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는 "국내외 환경이 어려운데 법인세마저 인상됐다"며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기업이 더 늘어나고, 최악의 경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하며 기업 생산공장 유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법인세를 올려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상으로 2018년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은 기존 13.6%에서 10.8%로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법인세 개정안을 2011년부터 2016년에 적용해 분석한 결과다. 평균 2.5% 유효세율이 증가하고, 이를 과거 법인세 비용과 순이익의 비율을 근거로 올해 실적이 2.46%감소할 것이란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도 현재 9.1배에서 9.4배로 상승했다. 이는 밸류에이션이 유지됐을 때 코스피가 62.4포인트 감소(코스피 2537포인트 기준)하는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간 법인세율 역전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7%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9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경연은 '한·미간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율 인상으로 민간투자가 감소하고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투자는 연평균 4.9%씩 감소하고 일자리는 연간 10만 5000개씩 사라질 것"이라며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자본스톡(이미 쌓여있는 자본량)이 감소하고 실질임금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본소득은 연간 1.9% 감소하고 근로소득이 연간 1.5%씩 감소해 가계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이 지난 5년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미국 애플(17.2%)과 퀄컴(16.6%), 대만 TSMC(9.8%)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했다. 또 LG화학(25.1%)은 업계 1, 2위인 미국 다우케미칼(24.7%)과 독일 바스프(21.5%)를 비롯해 일본 도레이(22.9%), 대만 포모(30.6%)보다도 높은 유효법인세율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A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율이 25%로 오르면서 당장 5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 것으로 보인다. 세부담을 늘리면서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라는데, 투자 기회가 오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려는 유인이 강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KB증권이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법인세를 바탕으로 올해 법인세를 추정한 결과 반도체의 경우 2.8%포인트, 은행은 2.3%포인트, 상사·자본재는 3.0%포인트의 법인세율 부담이 늘어난다. IT가전도 3.3%포인트의 법인세율 상승부담이 나타난다.
기업별로는 2018년에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다고 가정했을 때 개별기업 가운데 이익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GS(8.1%)다. 대림산업(5.0%), SK(4.5%), CJ(4.3%), 롯데케미칼(4.2%)도 이익감소율이 컸다.
삼성전자는지난해 3분기까지 5조4779억원의 법인세를 냈는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6조2160억원을 내게돼 7380억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3.9%의 이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6일 열린 '한미 법인세율 역전과 기업 해외탈출러시, 대안은 무엇인가'란 토론회에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구조조정,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중소기업 등 기업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법인세까지 인상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하는 기업으로선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