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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막내린 저금리 시대]③기업 '재무리스크'

# 기아차는 지난 10월 5년 6개월 만기 5억달러와 10년 만기 3억달러 등 총 8억달러어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 모집에 나서 세계 265개 기관으로부터 3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발행금리는 당초 제시한 수준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한국물에 붙는 가산금리가 있다. 5년6개월물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에 1.20%포인트, 10년물은 미 국채 10년물에 1.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 '기러기 아빠'인 은행원 박모 씨(51). 그의 아내와 초등학생·중학생 자녀는 미국 시카고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2018년 한 해가 걱정이다. 저금리시대가 끝나면 부담이 만만치 않아보여서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국에 유학 중인 가족의 집세와 생활비로 매달 3000달러 안팎을 보내야 하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어서 한국 쪽 비용을 더 줄여야겠다"며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만지작하고 있어 걱정이 더 태산이다.

저금리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한국경제에 미칠 효과와 주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세계적인 수요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앞으로 환율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내심 반기는 눈치다. 현재 원화강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 다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경영 전략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을까 걱정이다.

금리 생활자와 변동 금리로 갈아탄 이들은 금리에 속앓이 하고 있다. 서민들의 재산 불리기도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 기업, 재무리스크 함정 걱정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 지 걱정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부정적 관찰대상(watch list)으로 낙인 찍히면서 투자계획은 고사하고, 당장 운영자금 마져 빌릴 곳이 없다." 한 중견 기업 재무담당 임원 A씨의 하소연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돈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경기는 바닥이고, 기업 구조조정 등 악재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한은에 이어 미국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 심사가 더 깐깐해질 게 뻔하다.

치솟는 금리는 기업들을 '재무리스크'의 트랩(함정)에 빠뜨린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상환 압박과 신용등급 하락→자금 조달 위축→투자 축소→실적 악화'라는 악순환 고리가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레버리지(차입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이라는 조사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기업부채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양국이 직면한 문제의 양상은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기업부채는 199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140%까지 상승했지만 2000년대 들어 디레버리징과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15년 현재 GDP 대비 10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기업부채는 GDP의 100%선이지만 조선이나 해운, 화학 등 특정 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험에서 부실채권에 대한 신속한 인식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경고장이 잇달아 날아들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올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나췄다, 현재 'A-'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이 향후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은 경고장이지만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다. 특히 기업들은 수출길과 자금 조달 길이 막힐까 좌불안석이다. 신용등급에 민감한 글로벌 자금시장에선 이들을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로 부른다. 이들의 경고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크레딧 이벤트 발생가능성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구조조정 마무리 이후 이벤트 발생가능성은 낮아졌다. 내년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이어질 것이다"면서 "다만 산업별 온도차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NH투자증권





하지만 수출 기업들은 장기적인 호재로 본다. 금리인상은 곧 달러값 강세를 예고하는 것이어서다. 이는 수출 채선성에 도움을 준다.

◆ 서민 목돈 만들기는 '그림의 떡'

자료=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자산관리는 '계층 사다리' 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난다고 은행이 마냥 돈을 더 줄까. 천만에 말씀이란 걸 경험으로 잘 안다.

은퇴 후 은행 예금 이자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자생활자들의 걱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1억원을 넣어두면 한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채 20만원이 안된다.

머지 않아 0%대 정기예금도 일반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 저축성수신금리는 1.63%에 불과하다. 상호저축은행(2.40%), 신용협동조합(2.14%), 상호금융(1.73%), 새마을금고(2.05%) 등도 1~2%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3.50%에 달한다.

서민들의 재산 형성도 막막해졌다. 통장에 넣어봤자 세금을 떼고,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3%대 1년 만기 적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미래가 더 불안하다. 한국경제가 벼랑끝에 몰리면서 한국은행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초반(1.1~1.4%)을 기록해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현재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 경기와 물가 하방압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출자들은 더 막막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마당에 이자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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