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이 지난해에 이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 영역이 첫 절대평가로 시행,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은 이들 두 과목 성적에,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는 탐구영역 성적이 대입 성적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 수능 국어 어려웠다… 작년 수준, 독서 부분 변별력 높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영역은 평이했던 지난 9월 모평보다는 어려웠고, 수능 9등급제 이후(2005학년도) 두 번째로 어려웠던 작년 수능 국어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EBS 연계 비율이 높아져 익숙한 지문과 소재가 출제됐지만 어려운 소재가 나와 최상위권 수험생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수험생들은 어려웠다는 평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서 부문의 경우 환율정책 관련 지문 6문항이 특히 어려웠고, 과학기술지문이 어렵게 출제됐다. 두 지문 모두 EBS에서 소재를 따왔으나, 개념이해가 부족한 최상위권 수험생 이외의 대다수 수험생들은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수능 상담교사단의 국어 담당인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23일 국어 영역이 끝난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국어영역 브리핑에서 "2018학년도 국어 영역은 지난 9월 실시한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어렵고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출제 문항의 EBS 연계율은 70%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수능 국어에서도 새로운 경향의 문제가 2,3개 정도 출제됐고 독서 영역에서 고난도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2개 정도 출제돼 변별력 유지에 노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학 21번에 출제된 현대시, 이육사의 '강 건너간 노래'는 EBS 연계도 아니었고 교과서에도 없어 수험생들이 생소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사씨남정기(김만중)'은 여러 번 출제된 지문이어서 제시문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법에서는 신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다. 14번과 15번 문항이 그 예다. 14번 문항은 음운 변동에 관한 내용으로 사전 지식을 묻는 것으로 수험생들이 당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문제 풀이 시간도 상당히 소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15번 문항 역시 사전의 개정 내용을 통한 변화 과정을 묻는 문제로, 이전에 사전 자료를 제시한 뒤 단어 의미나 문법을 묻는 문제에서 사전 내용 변화 자체를 묻는 문제로 변형 출제됐다.
4~7번까지 화법·작문 부분은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형태였지만, 작년 수능에서 출제된 적은 없어 수능에서는 새로운 유형에 속한다. 글을 읽고 토의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교수학습 활동'을 그대로 반영한 문항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 부분이 충분히 다뤄졌다면 어렵지 않게 풀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서 분야는 4개 지문이 출제됐고,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수능에서 대체로 화법, 작문, 문학은 쉽고 독서가 어려웠던 경향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 관련 문제는 EBS 연계 지문은 아니지만 지문 길이가 짧고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환율과 관련한 경제지문의 경우 지문 길이가 길고 내용도 어려워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30번 문항은 통화량 변동에 따른 환율과 금리 변화를 그래프와 연결지어 이해하는 문제였고, 38~42번 문항의 지문은 디지털 통신 시스템에서의 부호화에 관한 문항이 출제됐다. 특히 3점짜리 41번 문항은 여러가지 부호화 기술을 사례에 적용하는 문제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로, 이번 시험에서 가장 문항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학원가의 입시전문가들 또한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아주 어렵게 출제됐던 전년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평이하게 출제됐다"면서 "전체적으로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수능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이는 2011학년도 최고점 140점에 이어 9등급제 수능이 도입된 2005학년도 수능 이후 두 번째로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을 수록 시험이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 수학도 어려웠다"… 수학 복합추론 능력 요구하는 문제
2교시 치러진 수능 수학 영역 역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난이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 돼 수험생들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수학 난이도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 상담교사단은 "작년 수능과 비교해 가형은 비슷했고, 나형은 약간 더 어려웠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수학 가형에서는 21번, 29번, 30번 문항이 어려웠다. 21번은 로그함수의 미분을 활용하고, 역함수의 미분도 정확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29번은 좌표공간에서 평면과 구의 위치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다. 대입 상담교사단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매년 수능에서 어려운 문제가 위치하는 30번 문항은 작년과 비교해 학생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나형의 경우 4문항이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큰 틀에서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추론 문제들이 수험생들을 괴롭혔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기 판곡교 교사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로 분석된 21번 문항은 '함수의 합성' 개념을 제대로 파악해 정의역을 추론해야 하는 문제였고, 29번 문항 또한 주어진 그래프를 바탕으로 미분 계수를 파악하는 추론 문제였다"며 "이밖에 20번, 30번 문제도 고난도 문항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원가에서도 수학 가형, 나형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워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낮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수학 가형의 전년도 수준과 비교시 비슷하게 출제됐고, 6월 모평보다 다소 쉬웠다"며 "수학 나형도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대체로 이과수험생이 치르는 수학 가형은 전년 수능과 비슷해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고난도 문항 중 21번(미적분), 29번(기하와벡터)은 9월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으나, 30번 문항(미적분)에서 어느 정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번(기하와벡터) 문제는 새로운 유형의 문항으로 평가되면서 문제풀이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분석돼 중위권대 학생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문제로 평가됐다.
문과 수험생들이 치르는 수학 나형의 경우 전년도 수능과 올해 6월 모평수준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 됐다.
수학 나형에서 변별력이 있는 문항은 30번(미적분) 문항으로 수열의 극한 등이 융합된 형태로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20번(미적분), 21번(합성함수) 등도 비교적 까다로워 수험생들이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됐다.
메가스터디는 가형은 작년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고, 나형의 경우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학영역 가형은 작년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변별력을 가르는 문항인 20,21,29,30번 이외에 27번의 난이도마저 높아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도 까다로운 시험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나형의 경우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봤다.
한편, 수능 출제 문항과 EBS 교재 연계율은 문항수를 기준으로 국어는 71.1%였으며, 수학 가형과 나형 70.0%, 영어 71.1%, 한국사와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모두 70.0%였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12월 4일 정답을 확정 발표하고, 12월 12일 수험생들에게 성적을 통보한다. 한국사와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에 따라 등급만 표기되고, 나머지 과목은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