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 대세…관련 TV프로그램·도서↑
'혼술' '혼밥'을 즐기는 '나홀로족' 또는 'YOLO족'이 늘어나면서 '비혼'이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TV방송, 문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혼'이라는 어휘가 '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 '비혼'은 결혼 제도를 스스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미혼이나 솔로와 차별성을 둔다. 결국 혼인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미혼'과 '비혼'은 갈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10명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늘어나는 비혼족으로 인해 2020년이면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결혼 건수는 2015년 30만2828건에서 2016년 28만1635건으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비혼'을 언급한 온라인 버즈량(언급 횟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버즈량은 2015년 상반기 대비 약 20배 증가했다. 싱글남녀가 비혼족을 자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방송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MBN 예능프로그램 '비행소녀'에서는 연예계 대표 비혼주의 연예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통해 2030 세대의 공감을 사고있으며,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도 결혼 보다는 자유연애주의를 추구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비혼'이라는 주제로 토론한 바 있다.
특히 '비행소녀' 속 연예인들의 비혼 라이프는 시청자의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MBC '나혼자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 각양각색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비혼 여성의 삶을 다루며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만 가득할 것 같았던 조미령, 최여진, 아유미는 소탈한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조미령은 능숙한 요리 솜씨와 집안일을 하며 '원조 집순이'다운 면모를 과시했고, 최여진은 모델 출신답게 액티비티한 취미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볼 수 없었던 그룹 슈가 출신 아유미의 도쿄하우스 라이프도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배우 이채영이 전격 합류,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내 이름을 불러줘-한명회'에서는 이 시대의 '김지영'들을 모아놓고 공감과 위로를 나눴다.
국내 최초로 동명이인들의 소셜 라이프 클럽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내 이름을 불러줘-한명회'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부터, 유명인과 같은 이름, 특이하고 재밌는 이름 등 같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인생의 이야기와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는다. 지난 방송에서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9명의 여성이 모여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충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비혼'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대화를 나눠 공감을 자아냈다.
한편, 비혼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책들도 등장해 '비혼'이 출판업계에서도 이슈라는 것을 입증했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는 비혼주의자들의 입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비혼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노후를 위한 재테크, 노인 전용보험, 품위있는 죽음, 그리고 비혼자를 위한 커뮤니티 라이프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입담 센 두 페미니스트 사회학자가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이들은 결혼과 비혼을 둘러싼 사회와 가족관계의 변화, 저출산 문제 등에 관해 늘어놓는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며, 비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책은 이성애만 정상으로 보는 결혼 제도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비혼이 증가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기존 결혼 관습에 집착하면 여성과 남성 모두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이에 남녀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보수적인 결혼관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술 때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도 비혼주의는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미디어·방송·출판업계에서도 비혼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