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버그린, 에버블루' 전시작가 고명근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의 여름기획전 '에버그린, 에버블루 Evergreen Everblue' 전에 전시된 고명근 작가의 작품들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의 여름기획전 '에버그린, 에버블루 Evergreen Everblue' 전에서 고명근 작가는 세상이란 이미지에 불과한 '그림자 세상(shadow world)'라고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이미지가 변하며, 박스 안은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일반적으로 세상이 꽉 차있고 연속적이라고 전제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 개념이 현실을 더 잘 설명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를 간추린 것이다.
-주요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작품 'Water 10'는 만드는 과정에서 비어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비어있지 않게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이 채우는 빈 공간을 유도한 작업이다. 'Building-64'의 경우 과거에는 자연, 건물, 인체 주제별로 작업해왔는데, 근래에는 이러한 주제들을 서로 혼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접근해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또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이미지가 변화하기도 하면서 관객을 유도한다. '자전거가 있는 파란빌딩'을 설명하자면 우선 큰 맥락에서 볼 때 입체와 평면에는 큰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입체가 평면이 되고 다시 그 평면이 입체가 되는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제3의 존재 상태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나의 작업 고유영역이다. 입체도 평면도 아닌 제3의 상태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자극을 받는 것이 즐겁다. 억지로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 낼 때 왜곡이 발생한다. 이러한 왜곡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일부러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작업방식과 사용하는 재료가 궁금하다.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채집하면서 영감을 받는다. 이러한 영감은 사진을 찍는 중에서도 느끼지만 나중에 사진을 리뷰하고 정리하면서 더 구체화된다. 우선 아카이브에서 작업에 쓸 사진을 선정한다. 그리고 이미지에 맞는 형태와 공간을 구상한다. 그런 후 모델 작업을 통해 구조 및 이미지를 조율하면서 최종작업 안을 만든다. 그런 다음 최종작업안의 이미지를 투명용지에 프린트하여 투명 패널을 만들고 입체 구조에 맞게 자르고 용접하여 완성한다."
-작품에서 선택한 컬러의 의미는?
"이번 전시에 주로 파란색을 담은 자연 이미지로 작업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컬러도 블루이고 자연 이미지와 블루가 어우러졌을 때의 상큼하고 날카로운 감수성을 전하고 싶었다. 자연은 깨지기 쉽고 순간적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이번 그룹전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업에는 나의 사유가 DNA처럼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업은 내가 했지만 그 결과인 작품은 나와 분리된 또 다른 생명체 이길 바란다. 그래서 나의 작업들이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