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8일 일자리위원회는 재계에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확대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당장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늘리는 등 화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경제계의 예상보다 높게 확정된 상황에서 재계 전반에서는 일자리 확대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지금이 일자리 정책의 골든타임"이라며 "하반기 신규 채용 확대 등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이 적극 앞장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듯 근로자 수 기준 상위 10대 대기업과 상위 5대 중소기업들로 이뤄졌다.
간담회가 끝난 뒤 대기업들은 당장 올 하반기 채용규모 확대를 약속하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정책)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지금 상황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 채용 규모에 대해 "늘리겠다"고 대답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하반기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KT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고, 상반기에 6000명 이상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4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의 대부분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역대 최대인 1060원이 된 상황에서 당장 인력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 정부가 정책 1순위로 일자리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기업도 발맞춰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년도 임금 인상 여파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인력을 확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을 주요 업종으로 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변하고, 인건비 역시 계속 부담되는 상황에서 자동 주문 시스템은 이제 보편화된 추세"라며 "더군다나 내년도 인건비의 큰 폭 인상은 인력 확충보다 자동화의 시스템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부담이 예상되는 중견·중소 기업들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불만을 토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 정부가 말로는 전체 일자리의 90%를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보면 중소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일자리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 기업 관계자는 "인력을 채용하는데 있어 정부는 최저임금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업은 상여금, 교통비 등 부대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러 대책으로 보전해준다고해도 기업의 부담을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 부회장, 박 부회장을 비롯해 황창규 KT 회장, 한성권 현대자동차 사장, 정도현 LG전자 대표, 박한우 기아차 대표,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 이갑수 이마트 대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등이 참석했다.
또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이사, 마크로젠 정현용 대표이사, 추안구 오이솔루션 대표이사, 김교영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대표이사, 오덕근 서울에프엔비 대표이사 등 중소기업 대표 5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일자리 창출, 협력사 지원 등을 두고 2시간 가까이 의견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