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7차 공판이 증인의 진술 번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후 시작된 재판에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출석해 증언에 나섰다. 오후 특검의 주신문에서 명확한 답변을 이어가던 김 전 차관은 삼성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진술과 증언을 번복하며 재판에 혼선을 줬다.
김 전 차관은 특검 증인신문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승마협회장을 맡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언제 만났느냐는 특검 질문에 김 전 차관은 "3월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과 함께 만나 소개받고, 6월에는 승마협회 부회장과도 같이 만났다"며 "박상진 전 사장이 '올림픽을 위해 삼성에서 예산을 많이 지원하고 좋은 말 구입도 적극 추진하겠다.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에도 나간다'며 승마 지원 계획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그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위한 승마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것을 박 전 사장에게 권유했다.
특검이 "최순실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말했느냐"고 묻자 김 전 차관은 "2015년 2~3월에 최순실이 '이재용이 그룹을 잘 물려받을지 모르겠다. 홍라희가 이재용을 탐탁지 않게 여기니 이재용이 그룹을 물려받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뭐 저런 얘기를 하나 생각했다"고 또렷하게 기억했다.
특검 신문에서 명확했던 김 전 차관의 진술은 삼성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되며 점차 흐릿해졌다. 변호인단은 먼저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를 알게 된 시점을 캐물었다. 김 전 차관은 특검 수사 당시 2014년 2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소개로 최순실씨를 만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12월에 처음 만났다. 검찰이 오해한 것"이라고 답했다. 변호인단이 "제대로 말했는데 특검이 잘못 적은 것이냐 아니면 증인이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냐"라고 다시 묻자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고 허위진술이었음을 털어놨다.
김 전 차관은 허위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순실과 김기춘이 연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당시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최순실씨의 연관관계를 밝히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에 편승하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냐"며 재차 확인하자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는 쉽게 납득되는 사유가 아니다. 재판부가 "그 관계를 드러내면 (증인에게)달라지는 결과가 있느냐"고 의문을 표하자 김 전 차관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다가 "둘이 관련 있다는 것은 내 상상이었고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문체부 차관이 최순실씨를 만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최씨는 내 일에 관심이 많고 박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며 "인사 청탁이나 사업계획서 등을 받았다"고 말했다. "왜 차관이 최순실씨에게 인사 청탁을 받아야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신문을 받으며 김 전 차관은 박상진 전 사장과 처음 만난 시기를 2015년 1월 8일로 재차 수정했다. 3월에 소개 받았다는 증언과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그는 서울시청 앞 한 일식집에서 박 전 사장을 만나 조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식사비용에 대해서는 "내가 내지 않았다"며 박 전 사장이 냈을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박 전 사장과 그 자리에 동석한 임대기 사장의 카드 결제 내역에는 해당 시간 기록이 없었다. 김 전 차관은 "어느 카드로 어찌 결제되든 내가 알 문제냐"며 의문을 일축했다. 변호인단이 2월 25일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박 전 사장에게 '3월 25일 이전으로 김 차관과의 저녁을 임대기 사장 통해 주선하겠다'는 문자를 제시하자 김 전 차관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승마 지원 성격에 대해서도 "2015년 10월 박 전 사장에게 정유라만을 위한 것이라 들었다"며 "다른 선수도 지원한다는 말은 2016년 1월이나 3월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이 승마 선수 9명을 지원해 도쿄 올림픽에 단체 출전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헌데 최순실씨가 정유라는 독일에서, 다른 선수 8명은 국내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지원을 방해해 결국 정유라 개인을 위한 지원으로 무산됐다'고 검찰에 진술하고 법정에서도 같은 증언을 한 바 있다. 실제 삼성은 승마협회를 통해 선수 선발에 나서기도 했다.
"위증을 한 것이냐"는 변호인단의 물음에 김 전 차관은 "그땐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한 선수 선발을 위해 삼성이 승마협회에 보낸 공문을 보고서도 "준비단장 추천을 위한 서류일 뿐"이라며 '모르쇠'로 대응했다.
김 전 차관의 진술 번복이 계속 반복되자 재판부는 "증인은 이전까지 재판을 통해 우리가 파악한 것과 다른 얘기를 한다"며 "판단은 재판부가 할 테니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자정을 넘겨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