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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권의 본질은? 일자리신문고 달구는 '영전강·스전강 무기직화' 논쟁

평등권의 본질은? 일자리신문고 달구는 '영전강·스전강 무기직화' 논쟁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매일 살펴볼 일자리신문고(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운영)에서 평등권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었다. 초·중·고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와 스포츠전문강사(스전강)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둘러싼 논쟁인데 강사들은 다른 계약직과의 차별을 없애달라고 요구 중이고,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며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회와 국가 전체로 보면 국가인권위와 법원, 교육부까지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다. 마치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논란을 연상시킬 만큼 양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로서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사·인권위 "기간제법 적용 예외는 차별"

시작은 영전강의 무기직 전환 문제였다. 영전강 제도는 이명박 정부에서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으로 도입했는데 매년 수가 늘어 2013년에는 6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때 채용된 강사들이 올여름 계약(최대 4년)이 만료돼 대량 실직사태가 예고된 상태.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토록 한 기간제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초중등교육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강사들은 이를 차별이라며 일자리신문고를 계속 두드려왔다. 5일에도 8년차 강사가 "그 사이 같이 들어온 많은 학교 회계직종들은 교육공무직으로 무기직으로 전환되었고 영전강들은 꿈도 못꾸는 각종 수당 및 임금인상등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며 차별 철폐를 호소하는 등 청원이 이어졌다.

그런데 일자리위원회에 앞서 이들의 호소에 먼저 답한 곳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말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영전강은 업무의 상시성, 제도의 지속 전망 등을 볼 때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전환 대상의 예외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대량 실직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고무된 강사들은 신문고에 "인권위의 무기직 전환 요구를 교육부는 수용하고 기간제법을 개정해서 영전강의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호소문을 올리고 있다.

◆현직·예비교사들 "역차별, 박탈감 느낀다"

하지만 인권위 성명 이후 영전강의 호소문보다 더 많은 반대글들이 올라와 신문고를 도배하고 있다. 이들은 영전강 제도의 폐지를 요구할 정도로 강경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논거의 골자는 '영전강의 무기직화는 또 다른 불평등을 양산한다'는 것. 즉 임용고시를 통과한 기존 교사들과 노량진 고시촌에서 분투 중인 청년 예비교사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사기저하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올라온 반대글 중에는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려면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2급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후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사대 졸업이나, 교직이수를 거쳐 중등2급정교사 자격을 취한뒤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 채 강사들이 떼쓰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대자들은 대부분 현직 교사이거나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예비 교사들로 보인다. 이들은 영전강의 무기직 전환은 '결과의 평등'만 외치며 '기회의 평등'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실직의 공포에 떠는 강사들만큼이나 호소력이 있다.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한 반대자는 "제가 아는 많은 사람 중에는 공무원·교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 부었고, 그 결과 된 사람도 있고 되지 못하고 현재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많은 노력을 해서 정식 시험을 보고 들어온 교사와 똑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과정의 평등에 위배(된다)"고 했다.

◆영전강 논란에 스전강까지 불똥

처음 시작은 영전강이었지만 현재 신문고에서는 스전강 제도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그 중에는 "학교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며 "스포츠 선수가 아닌 균형잡힌 성장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스포츠강사가 아닌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임용고사를 통과한 체육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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