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문체부가 특정 예술인 지원 배제를 위해 국정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전 차관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 비서관의 공판에서 문체부가 국정원과 손 잡은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현직 시절 실무자가 '세월호 관련 예술인과 문재인 캠프 관련 예술인들이 그룹으로 하나의 지침으로 내려왔다'고 했다"며 "명단이 아닌 지침으로 내려오니, (예술인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동명이인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사고를 우려해 국정원 도움을 받고 있다더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공공도서관 도서 배포 사업인 '세종 도서'에 진보 성향 작품이 들어가지 않게끔 요구한 것 같다는 진술도 이어갔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측 변호인들이 박 전 차관의 업무수첩 전체가 아닌 4쪽짜리 복사본만 증거목록에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박 전 차관은 국가 기밀과 개인정보를 제외한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을 발췌했다고 맞섰다.
앞서 오전 공판에서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부정해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이 최씨의 안부를 물었다고 증언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1~2월 김 전 실장이 정윤회씨의 부인이 잘 있느냐고 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이 최씨와 관련해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을 뿐, 심각하거나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말하지는 않았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정윤회·최순실 부부와 통화든 면담이든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정유라도 언론에 보도돼 이름을 알았다"고 반박했다.
최씨가 지지한 후보가 문체부 장관이 된 정황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체부 후보자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특정 후보를 지지했지만, 최씨가 지지한 김종덕 전 장관이 발탁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이 전화를 통해 농담조로 '눈치가 없다. 미련 갖지 말고 잘 모시라'고 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부처 차관이 인사위에 참석하는 일이 없다"고 맞섰다.
2014년 대한승마협회 주관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변경될 때, 김 전 실장이 삼성 관계자를 만나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설전이 벌였다.
김 전 실장은 관련 정보를 체육 담당 차관이 아는 것이 좋겠다 싶어 귀띔했을 뿐, 삼성 관계자를 만나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