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구속영장을 3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정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즉각 석방돼 오전 2시 20분께 청사 밖으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정 씨는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심경을 밝힌 뒤, 강남 신사동 자택으로 복귀했다.
지난달 31일 강제송환돼 어머니 최 씨가 있는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정 씨는 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과 정 씨의 변호인단은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3시간 35분 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정 씨가 이대 입학·학사 비리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최 씨와 공모한 '행위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추가 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씨의 변호인단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맞다. 이대 입시·학사 비리 등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거의 다 드러났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재판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지난 2014년 이화여대 입학전형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지참하고 면접을 보는 등 이대 입시·학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담고 재학 당시 승마협회 명의 허위 공문으로 출석 및 봉사활동 실적을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는다.
정 씨는 위 두 가지 혐의 외에도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른바 '말 세탁'을 통해 은폐하려 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고 있으며, 삼성 승마 특혜 지원의 직접 수혜자로 뇌물수수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직·간접적인 공모 여부에 따라 뇌물수수 공범이 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법원의 영장 기각에 따라 추가 수사는 어렵게 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