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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이재용 재판] 특검 측 일성신약 증인, 이재용에 큰 웃음 선사



"증인, 이사회 열었다고 했었죠. 이사회가 뭡니까?"

"이사들이 모여서 회의하면 그게 이사회죠"

지난 4월 7일 공판을 시작한 뒤 무표정을 유지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15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일성신약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전 증인으로 나온 일성신약 조영진 채권관리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과 윤석근 부회장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특검, 직접 아는 내용 없는 직원을 증인으로

조영진 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윤병강 회장이 합병 비율을 이유로 반대했고 삼성물산 합병무효 소송을 냈다"며 "삼성물산 합병에 윤 회장이 대노해 개인 소유 주식을 처분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도 전부 처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약 2.37%)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8월 7일 처분 공시를 올렸다. 당시 이 주식은 1982억7684만원에 달하는 규모였는데 일성신약은 공시에서 사흘 전인 4일 이사회를 열고 처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에서 불성실공시로 지정돼 벌점을 받기도 했다. 조 팀장은 "삼성에서 물산 주식을 주당 9만원에 매수하고 신사옥을 지어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들었다"고 말해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이 자세한 확인을 하려 했지만 조 팀장이 "회장과 부회장이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진술해 추가적인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다.

오후 재판에는 일성신약 윤석근 부회장(대표이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부회장은 합병을 앞두고 김신 삼성물산 사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찬성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합병무효 소송을 진행하며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진정서에는 '김종중 전 사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이 나빠 경영권 승계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상속을 하면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합병은 승계에 중요하며 삼성물산은 지주회사가 된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한 주를 7만5000원에 매수하고 1만5000원을 추가로 주며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해 거절했다', '삼성물산 합병은 미래전략실이 주도하며 GE캐피탈에 근무한 바 있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나섰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일성신약 대표 증언 시시각각 변해

공판을 시작하며 윤 부회장은 진정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증언을 번복했다. 삼성 변호인단이 "이건희 회장 건강을 언급한 것이 맞느냐", "합병을 하면 상속세를 안 내도 되는 것이냐. 합병과 상속세가 연관이 있느냐", "경영권 승계라는 말을 했느냐"고 묻자 윤 부회장은 "합병과 상속세가 관련될 수도 있다"며 탈세를 암시하는 듯 한 발언을 하다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승계라는 단어를 들었고 이건희 회장 건강은 다들 아니까 저렇게 이해했다"고 말을 바꿨다.

변호인단이 "윤 부회장이 합병과 관련해 만나본 삼성 사람들이 어디 소속이었냐"고 묻자 윤 부회장은 "삼성물산 소속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주도했느냐. 더군다나 최치훈 사장은 GE 캐피탈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고 변호인단이 묻자 그는 "아는 기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자세를 낮췄다.

삼성이 주식 매수와 신사옥 제공을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의 질문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어떤 삼성 관계자가 언제 7만5000원이나 9만원에 주식을 사겠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윤 부회장은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9만원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이 "갑자기 9만원은 어렵다는 말이 나올리 없지 않느냐"며 정황을 따지자 윤 부회장은 "미래에셋에서 삼성증권과 친분이 있다며 가격에 맞춰 팔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목표주가로 9만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그건 미래에셋에서 제안한 것인데 왜 삼성에서 제안했다고 했느냐. 미래에셋에서 9만원을 얘기해와 삼성이 비싸다고 거절한 것은 아느냐"고 묻자 윤 부회장은 "몰랐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윤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주당 9만원에 사라고 미래에셋을 통해 제안하니 김신 사장이 9만원은 어렵다고 거절한 것이다. 1만5000원의 정체도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신사옥에 대해서는 삼성이 먼저 무상으로 건설을 제의했다는 윤 부회장의 진술과 달리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에 제안했던 내용으로 확인됐다. 2013년 일성신약은 용산구 문배동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하며 초기운영비와 토지매입비 지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에 참여해달라고 삼성물산에 제안을 한 바 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이 제안했던 사업인데 수익성이 낮아 삼성물산에서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며 "삼성이 신사옥 건설을 제안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윤 부회장은 "나도 윤병강 회장에게 들어 잘 모른다"며 "작년까지 주식과 자금 운용을 윤 회장이 했다"고 답변을 미뤘다. 재판부가 윤 회장의 상태를 물어보자 윤 부회장은 "의사표현에 문제가 있는 상태"라며 "윤 회장이 법정에서 증언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허위공시 의혹으로 증언 신뢰도 급락

이 자리에서는 일성신약의 주식 처분 공시도 문제가 됐다. 삼성 변호인단은 "2015년 8월 7일 일선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를 처분하겠다는 공시를 올렸다"며 "8월 4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공시했는데 사실과 부합하느냐"고 물었다. 그해 일성신약의 영업이익은 20억원 수준이었는데 2000억원 가까운 회사 자산을 처분하는 중요한 안건인 만큼 이사회를 거쳤는지 확인한 것이다.

윤 부회장이 이사회를 거쳤다고 하자 변호인단은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그해에는 2월과 3월에만 총 3회에 걸쳐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적혀있다. 8월 소집 기록은 없는데 사업보고서가 잘못된 것이냐"라며 "공시를 보면 8월 4일 열렸다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이 모두 불참했다. 왜 다들 불참했느냐"라고 재차 확인했다. 만약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회사 10년치 영업이익에 맞먹는 자산을 경영진 독단으로 처분하려 한 셈이 된다. 윤 부회장은 "이사들이 모여서 회의하면 그게 이사회 아니냐"고 답했고 재판 내내 정숙을 유지하던 이재용 부회장과 재판부, 방청객들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사내 근무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일반 회의와 달리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 이사 전원이 소집되어 열리는 법률상의 회의체다. 내용과 소집절차, 결의방법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면 무효가 되며 녹취록을 작성해야 하고 사업보고서에도 소집 사실이 기록된다. 헌데 일성신약 대표이사인 윤 부회장은 사내 근무자들을 모아 회의한 것을 이사회라고 인식하고 있던 셈이다. 윤 부회장의 답변에 삼성 변호인단은 "여기까지 하겠다"며 증인신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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