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틀이 조금씩 잡혀가면서 중소·중견기업계도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포문은 중견기업계가 먼저 열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중소기업청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대상 범위를 축소하려고 하자 17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기청의 뜻대로 개정될 경우 명문장수기업 대상이 전체 중견기업의 70%도 안돼 오리온, 유한양행, 넥센타이어 등은 선정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중기청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대상 범위를 기존 '모든 중견기업'에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중견기업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재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중견련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중견련은 "대상 범위 하향은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의 성장 지원, 기업성장의 바람직한 롤모델 제시 등 제도의 설립 취지를 원점에서 부정하는 것"이라며 "핵심 대상인 대다수 중견기업을 누락해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장기간 건실하게 경영돼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로, 원래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부터 중견기업도 포함됐다.
하지만 3월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면서 제도의 대상 범위가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 전체 중견기업의 85%를 차지하고, 중견기업 지원 정책 다수가 역시 매출액 3000억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견기업계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의 실제 대상인 업력 45년 이상 중견기업 328개 중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총 222개로 67.6% 수준이라며 중기청이 제시한 수치는 통계적 착시를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기업·업종별 특성, 세계 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한 산업정책을 통해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기업 활동 위축, 일자리 감소 등으로 사회 양극화를 심화할 소지가 있는 규모에 따른 획일적인 기업 차별화 정책을 탈피할 수 있도록 정부, 정치권, 기업이 시급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3기 민주정부가 나아가야 할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 방향' 세미나를 열고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 ▲기술창업 활성화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 이펙트' 부여 ▲직업계고 졸업생에 대한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 ▲중소기업에 대한 바로알기 노력 강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완화 ▲중소기업 장기재작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의 안정적 운영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 완화가 포함돼 있다.
특히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선 근로자와의 이익공유제 실행,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사업 우선 매칭, 세제지원 등 범정부차원의 지원, 중소기업 장기 재직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 확대 및 공제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또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3년간 세금 납부를 면제하고 중소기업에 5년 이상 근속하면 상급과정 학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고용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바탕이 되고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