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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37.5도] 대학가 창업, 이들에 주목하라(2) 드론기술로 만든 재활치료법…12주만에 사과를 따보세요

[청년창업 37.5도] 대학가 창업, 이들에 주목하라(2) 드론기술로 만든 재활치료법…12주만에 사과를 따보세요

건국대 재학생으로 (주)엠지솔루션스를 창업한 박재현씨가 회사가 개발한 재활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드론에 활용되는 모션인식 기술로 만든 재활치료법은 뇌졸중 환자가 12주만에 사과 따는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송병형 기자



"당장의 목표는 재활환자 열분을 웃게 하는 겁니다."

모션인식 기술을 활용한 재활치료법 '모티리햅'을 내놓은 (주)엠지솔루션스 박재현(26) 대표의 올해 목표다.

현재 건국대 기계공학과에 재학중인 박대표는 지난해 영국의 창업보육 프로그램에 참가, 드론(무인기)에 사용돼 온 모션인식 기술을 재활치료에 적용하는 제품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디캠프에 입주해 있는데 지난주 수천만원의 투자를 받아, 회사제품의 효능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미 박대표는 영국에서 만든 시제품으로 영국 재활환자들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준 바 있다.

'모티리햅'은 동작 인식에 필요한 밴드를 환자가 차고 팔을 움직이면 태블릿에 담긴 프로그램이 이를 인식해 사과를 따는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이끌어준다. 편측마비로 고생하는 뇌졸중 환자 같은 신경계 재활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법이다. 태블릿에는 각종 도구를 활용하는 12주 분량의 커리큘럼이 담겨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모션인식 기술을 활용한 재활기구는 나와 있지만 '모티리햅'처럼 체계적인 커리큘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만 해도 의료수가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인해 재활환자들은 한 병원에서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재활치료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박대표가 시제품을 개발했던 영국도 마찬가지다. 사실 '모티리햅'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동작만 시키는 병원에 대한 한 영국 할아버지의 불만에서 영감을 얻었다. 벤치에 앉아 할아버지의 불평을 들으면서 박대표는 즉석에서 '우리가 가진 기술이면 체계적인 재활치료법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일주일만에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꿈꾸면 된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발을 내딛은 기계공학도의 좌충우돌 창업도전기에 귀 기울여보자.

-창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군대시절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어렵다고 포기하지말고 실제 해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은 뒤 마음 속에 '군대 표창을 받아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제 해봤다. 정말 실현됐다. 그래서 2013년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1년 휴학하고 중견기업에서 비서를 도와주는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른바 '사내 정치'라는 것을 목격했다. 제가 생각하던 직장생활과는 달랐다. 그래서 3개월만에 그만두고 직장인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았다.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주식을 해봤는데 하면 할수록 해서는 안되는 게 주식이라고 느꼈다. 결론은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때 창업을 처음 생각했다. 1년 휴학을 끝내고 복학해서 건국대 유일의 창업동아리였던 KIB동아리(창업지원단 산하)에 들어갔다."

-'모티리햅'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원래 개발하려던 것은 '의족형 목발'이었다. 삼촌이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시는데 목발 때문에 겨드랑이에 진물이 난다. 그래서 삼촌 생일 선물로 진물 걱정없는 '의족형 목발'을 만들어드렸다. 그리고는 묵혀두고 있었는데 글로벌창업기업 육성지원이라는 창업진흥원 사업에 신청하면서 다시 꺼내게 됐다. 지난해 3월께 기계공학과 동기와 지금 회사의 CTO(기술담당이사)를 만나 함께 사업에 신청했는데, 두 친구의 아이템들이 모두 탈락해 제가 묵혀둔 '의족형 목발'로 발표를 했다. 이 아이템이 선정돼 영국 셰필드(잉글랜드 북부 사우스요크셔주 소재)로 가게 됐다. 그런데 막상 영국에 가니 영국 멘토들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아이템은 안 먹힌다. 영국에서는 목발이 다 공짜'라는 것이다. 한달쯤 고민하던 중에 거리에서 뇌졸중 걸린 영국 할아버지를 만났다. 함께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할아버지에게 '재활운동이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병원에서)팔을 이리저리 흔드는 단순한 동작을 시키는데 이게 무슨 재활운동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리가 가진 기술로 재활환자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모티리햅'(Motivation for Rehabilitation의 줄임말)이라는 제품이다."

-반응은 어땠나?

"담당자에세 아이템을 바꾸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에 일주일만에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어 현지 재활치료사를 찾아갔다. 설명을 듣고 나더니 '아주 좋다'며 추천서까지 써주셨다. 영국에는 공동체 조직이 참 잘 돼 있다. 지역마다 뇌졸중 협회가 있고, 여러 시설을 빌려 정기적으로 행사도 자주 연다. 뇌졸중 협회와 연결돼 럭비경기장에서 열리는 뇌졸중 모임에서 직접 체험할 기회를 드렸다. 처음에는 무표정이었던 환자분들이 게임을 하듯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1차적인 검증을 받았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담아 8월말에 열린 데모데이에서 발표했는데 최고상을 받았다. 영국에서 받은 상으로 한국에 돌아와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다. 12월에는 디캠프의 공모전에서도 수상해 디캠프에 입주하게 됐다. 여기서는 올해 5월까지 지낸다."

-'모티리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재활환자는 두 종류가 있다. 우선 근골격계 재활환자는 퇴화한 근육을 회복시키기 위한 반복운동이 중요하다. 반면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재활환자는 목적있는 운동이 중요하다. 우리의 첫 타깃은 신경계 재활환자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편측마비가 온다. 팔이 잘 올라가지 않고, 컨트롤도 잘 되지 않는다. 사과따기 같은 동작이 어렵다. 태블릿에 우리의 커리큘럼을 담고 모션밴드와 여러가지 도구를 갖춘 키트와 함께 제공한다. 우리 커리큘럼을 따라하면 12주만에 사과를 딸 수 있다. 현재 재활운동은 체계적이지가 않다. 뇌졸중 환자들은 의료수가 등 문제로 인해 3개월 이상 한 병원에 머물기 힘들다. 체계적인 재활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제품을 쓰면 단순히 재활치료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나라에도 모션인식 기능을 활용한 재활기구는 있지만, 단지 하나의 재활기구에 그치고 있다. 우리 제품은 모션인식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는 게 큰 차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의료기기나 재활치료 분야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건국대 병원 교수분들과 물리치료사 분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당장 유니티3D 툴을 잘 다루는 개발자를 구하고 있다. 보다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이다. 저는 기계공학 지식을, CTO가 드론기술을 활용해 모션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제품 디자인은 CDO(디자인담당이사)가 하고 있다. 개발자가 가세하면 우리도 멋진 팀을 이뤄 네이버처럼 커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박봉이지만 스톡옵션을 주고 함께 회사를 키워가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CEO로서 할 일은 많은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머리가 아프다. 속시원한 답을 줄 사람도 없으니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운다. 지금도 인터뷰하면서 기자에 대해 배웠다. 마지막으로 모션인식 기술로 재활치료를 받고 싶은 분들을 구한다. 연락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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