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기 이노비즈협회 8대 회장. /김승호 기자
"배가 고파서 (정부에)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아니다. (정책적으로)도와주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이노비즈기업이고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바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사진)가 이노비즈협회 8대 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6대 회장을 역임한 후 2년만이다.
이노비즈협회는 수석부회장이 차기 회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직전 수석부회장이 회사 사정을 이유로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성 회장에게 짐이 돌아갔다.
마침 회사 일로 미국 출장길이었던 그는 고심끝에 협회장을 다시 맡기로 했다. 아내 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협회장은)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빠져나간다고 안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스함'이 사람을, 기업을, 협회를 더욱 강하게 결속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나라를 발전시키는데 보탬이 된다."
성 회장은 그래서 또다시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회원들과 '따뜻한 동행'을 이어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기업들의 본분인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당연하다.
2002년 설립된 이노비즈협회는 중소기업 관련 단체 중 회원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손꼽힌다. 기술혁신기업으로도 불리는 이노비즈인증기업 1만7817곳 가운데 약 70%인 1만2402개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예산 중 회원들이 내는 회비 비중도 중소기업 단체 중 가장 높다.
대전·세종·충남과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제주, 강원에 이르기까지 9개 지회를 가동하는 등 전국 조직의 면모를 갖춘지도 오래다.
성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선 상호간 기술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회가 이를 주도하기 위해 회원들의 기술융합을 돕고 연구개발(R&D)을 서포트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스마트공장을 통한 생산 경쟁력 강화, 기업들 체질 개선 등 혁신도 눈여겨 보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융복합 종합검색시스템'을 활용하고, 회원사 중 70~80% 가량이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강점을 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실제 이노비즈기업의 일자리 창출 노하우는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이노비즈기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만1179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집계됐다. 7년 동안 매년 업계 전체적으로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1만8000개에 가까운 이노비즈 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만 74만명에 달한다. 2015년 기준으로론 전체 이노비즈기업의 총 매출액이 258조원으로 국내 명목 GDP의 16.5%를 담당하고 있다. 매출액은 일반 중소제조업의 3.2배, 고성장기업(매출액이 3년 평균으로 20% 이상 늘어난 기업)은 1968개로 전체 고성장기업(1만7677개)의 11.1%를 차지한다.
성 회장은 "'취업하고 싶은 튼튼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 등을 바탕으로 신입직원들이 중소기업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과 함께 일학습 병행제, 시차출퇴근제, 출산육아지원 등 선진국형 근로제도를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8대 회장(오른쪽)이 전임 이규대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이노비즈협회
기업들이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튼튼한 발판을 놓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성 회장 자신도 최근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을 뛰어다니며 새로 개발한 회사 제품을 파는데 전념하고 있는데다 결국 먹거리는 나라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수출초보기업 역량 강화 교육 지원 ▲지난해 이란에 오픈한 기술교류 전용센터 베트남 등 추가 확대 ▲중국 내수시장진출을 위한 O2O 신규사업 추진 ▲덴마크, 헝가리 등과 친환경 기술교류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격언 가운데 '친구를 맺으면 사업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이 있다. 기업인들이 '따뜻함'으로 뭉쳐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사업하고, 어려운 곳은 도움을 주면서 도전하면 우리 기업들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대학시절부터 몸에 익힌 암벽등반을 하며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 5성급 호텔보다 50만 개의 별이 보이는 산속 텐트에서 자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낭만파이기도 한 성 회장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