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청년실업의 그늘

서로 바쁜 일정 탓에 대학 동기들과 병신년(丙申年) 송년회를 보내지 못한 아쉬움에 정유년(丁酉年) 신년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십여 명이 모인 카톡방엔 각자 일정이 가능한 날짜를 대느라 정신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겨우 날짜를 잡고 약속을 나간 지난 주말 저녁, 모임에는 대여섯 명뿐이 나와 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기자가 다른 친구들은 왜 안왔냐고 물으니 한 친구의 입에서 다소 씁쓸한 대답이 나왔다. "하반기 공채 떨어져서 나올 기분이 아니라네." 아차 싶었다. 나오지 않은, 아니 못한 친구들은 다들 아직 취업이 안된 친구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카톡방에서 대화가 활발한 친구들은 모두 '바늘 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려운 취업의 문을 통과한 친구들이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을 들어간 친구도 있었고 고시를 준비하다 최근에서야 합격한 친구도 있었다. 매일 업무에 쫓겨 각자 할 말만 하다보니 평소 대화를 하지 않는 친구들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친구들끼리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소외됐던 것이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9.8%로 지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 10명 가운데 1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기자의 대학 동기 모임에서 역시 비율적으로 따지면 10명 중 1~2명의 친구들이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새삼 통계청이 일을 제대로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올해도 청년층의 고용 여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남유럽 국가와 같이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 부진 속 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국 마저 위태롭다. 청년들이 믿고 의지할 어른들이 부재(不在)한 현 한국사회의 현실이 이 같은 충격을 낳는구나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신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던, 대학 시절 동기들 중 가장 바르고 성실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두 차례나 더 전화를 걸었지만 친구는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야 카톡이 울렸다. 단 한 마디. 오늘 나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세지였다. 청년실업의 그늘이 꿈 많던 대학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마저 바래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운 새벽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