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본 주요 키워드는 도전을 통한 경제활력 회복, 글로벌 시장 공략, 원칙과 공정이 있는 시장경제 확립, 국민들에 대한 신뢰회복으로 요약된다.
대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고 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경제계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는 터라 핵심 경제주체로서 본연의 경제활동에만 충실해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여러 경제 주체들을 한데 묶어 공동번영의 길로 이끄는 일은 경제 운영의 원칙과 시스템이 얼마나 잘 확립돼 있고 잘 작동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우선)경제의 기본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강조해다.
아울러 "자율과 창의가 잘 발휘될 수 있는 시장경제, 경제적 약자가 불이익 없이 경쟁할 수 있는 공정경제, 가진 것 없어도 성공사다리에 오를 수 있는 역동사회, 사회안전망이 뒷받침해주는 안심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칙과 시스템을 함께 고민하고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제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환골탈태도 약속했다.
박 회장은 "최근엔 기업들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생겨 국민들께 우려를 안겨드렸다"면서 "경제계는 법보다 높은 수준의 선진규범을 만들어 준수하는 풍토를 조성해 기업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직접적 당사자가 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욱 강도높은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여러 가지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면서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국민적인 여망을 반영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그래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민께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허 회장은 "대한민국이 많이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업은 기업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고,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희망찬 미래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우리 경제엔 피할 수 없는 도전과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기술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면서 무역구조에도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가측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변화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무역업계도 양적 성장을 통한 성공방식의 한계를 직시하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무역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는 올해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 ▲서비스·융합산업 등 신성장동력 수출산업화를 위한 기반조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역을 이끌어나갈 3T(Trade·Trend·Technology) 기반의 융복합·실전형 무역 인재를 양성 ▲수출 패러다임 전환 대응·신시장 개척 등을 주요 목표로 정했다.
계속되는 내수 침체 등에 중소기업 임직원들과 소상공인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막는 관행도 골칫거리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해는 내수와 수출부진, 구조조정 리스크 확대, 정치적 불안 가중, 그리고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 확산까지 겹쳐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감내해야 할 현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 시장경제 조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마련해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면서 "공정한 시장경제, 합리적 금융·노동 자원배분, 중소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핵심 의제로 삼아 분야별 세부 추진과제를 구체화해 정부·국회에 제안하고, 제도화함으로써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런 의미에서 '살아 돌아오길 기약하지 않고 결사의 각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뜻을 지닌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현 시점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은 일자리 창출과 유지"라면서 기업의 본 역할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노동계도 일자리 창출에 우리 자녀의 미래와 나라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인식 하에 협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를 위해 우선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면서 "초과근로시간 단축, 연차휴가의 소진,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활용 등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는 방안들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허리가 튼튼한 경제구조 확립을 주문했다.
강 회장은 "'지원' 또는'규제'로 양분되는 수준의 산업정책으로는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 토대를 구축할 수 없다"면서 "소수 대기업의 성과에 국가경제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허약한 경제 체질을 뿌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선진국 사례에서 확인되듯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의 중심에 중견기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는 너무나도 타당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대내외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중견기업의 견실한 성장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약속하는 굳건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