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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韓경제, 위기라 말하고 희망이라 쓴다] <10>자본시장 메카 여의도의 현주소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韓경제, 위기라 말하고 희망이라 쓴다]

제1부 위기의 한국경제 자본시장 메카, 여의도 현주소

독일 기업과 거래하는 중소 제조업체 김거래 씨(가명·49). 그는 외국계 은행이 잇따라 짐을 싼다는 소식에 걱정이다. 몇 해 전 거래하던 외국계 은행이 한국 지점을 폐쇄하면서 겪은 불편의 추억이 문뜩 떠올라서다. 한국 지점과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현지 은행과 직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편이 있어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김씨는 "한국 영업점이 있다면 직접 대면을 통해 거래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지만, 주거래 은행이 철수한다면 본사와 직접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내 1, 2위의 산탄데르은행과 BBVA은행은 나란히 2017년 상반기 중 서울에서 짐을 싼다.

이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 서울지점, 바클레이스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 미국과 유럽계 금융사 상당수가 우리 곁에서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금융기관은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면 안 되는 '공익 기업체(public utility)'로 보는 국내 풍토와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데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외국계 금융업체가 버티기 힘들어진 탓이다. 먹거리 줄어드는데 사사건건 간섭하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도 적잖다.

대신 그나마 한국을 찾는 곳은 일본계와 중국계 금융사다. 이들은 자본금, 점포, 직원 등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 지하 쇼핑몰. 이곳은 여의도 증권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3층 '○○국숫집' 앞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장인 이세현 씨(29)는 "1주일에 두 세 번은 들른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점심은 물론 영화관까지 있어 저녁 여가까지 보낸다"고 했다.

지상부 오피스동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곳 건물 3동 중 한 동은 불이 꺼진 사무실이 많아 적막할 정도다. 대형 외국계 금융사 유치는 고사하고 빈 사무실을 채우기도 버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과 안 어울리게 현재 입주한 회사들 상당수는 비금융회사이다. 국제금융센터 3동(Three IFC)의 공실률은 69%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과 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시장에서 짐을 싸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은행과 증권 한국지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 서울지점, UBS,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바클레이스, 알리안츠생명 등은 이미 한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철수가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좀처럼 수익을 내기 힘들다 보니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 금융사들에 '계륵'쯤으로 여겨진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15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58억원에 비해 69.6%감소했다. SC제일은행은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는 2051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의 실적 개선 요인은 작년 12월 실시한 특별퇴직과 영업점 최적화 전략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덕분이다. 중앙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농업은행, 광대은행 등 6개 중국계 은행의 순이익도 전년대비 감소했다.

공익성을 강요하고, 관치가 지배하는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만도 적잖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는 금융산업이 활력을 갖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계 금융기관의 판단이다.

감독과 관련해서 외국 금융사들이 항상 말하는 것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강력한 금융규제는 아시아 국가 모두의 공통적인 사항이다. 한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장은 'FSS SPEAKS 2016'에서 "국내사와 외국계에 하나의 규정을 적용하기보다는 모국의 규정에도 맞춰 운영하는 기업인 외국계 금융사에 차별화된 규정이 적용됐으면 한다"며 "그것이 금융 경쟁력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외국계 금융회사를 서울과 부산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정책 목표에서 방향을 틀고 있다. 서울을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유지하되 금융사 유치보다는 '국경 간 금융거래 활성화'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는 것.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8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로 일부 외국계 지점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집적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8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남구 문현을 국제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은 "국내 외은지점의 총자산 비중은 12.2%로 다른 아시아 금융허브보다 낮아 외국계 은행의 이탈방지와 신규유치를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은행의 해외진출도 중요하지만 외국계 은행의 영업환경을 개선해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 나아가 아시아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활력잃은 자본시장의 메카 '여의도'

흔히 주식시장을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라고 한다. 그 정점에 거래소가 있다. 직접 시장을 형성하고 운영하는 거래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본시장의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세계 각국이 자본시장 개혁을 위해 거래소 개혁을 빼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소 개혁은 단순히 조직체계를 바꾸는 데 머물지 않고 거래소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본시장과 증권산업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1986년 영국의 '금융빅뱅'에서 보듯 거래소 개혁이 있어야만 자본시장 개혁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국 자본시장의 메카인 거래소는 개혁은 뒷전인 채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개혁의 핵심인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등이 불거져 관련 법안 처리가 다시 미뤄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그간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 해체 등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작년 신설됐던 TF는 현재 지주회사 전환팀, 기업공개(IPO)추진팀 등 4개 팀으로 운영돼 왔는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 팀으로 축소돼 기존 부서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거래소의 상장기업 시가총액 순위는 2005년 세계 13위에서 2015년 15위로 떨어졌다. 지주사 전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구조개편을 끝내고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홍콩 일본 등의 거래소와도 대조된다.

지수는 5년 넘게 '박스피'(1800∼2200 선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시장)에 갖혀 있다. 거래시간 연장, 공매도 잔고 공시제 도입 등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제도 개선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

자금조달 시장의 기능도 떨어졌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스팩 및 재상장 제외)은 총 72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3개 기업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30% 가량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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