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사진)이 중견기업특별법까지 만들어놓고도 업계를 여전히 '서자'취급하는 정부에 서운함을 표했다.
특히 "정치를 잘못해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정치권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경제인들도 잘못해 고칠 부문이 있지만 상당부분은 정치를 바르게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송년오찬을 갖고 "올 한 해 (업계 전체적으로)성과도 있었지만 중견기업 입장에선 가슴이나 마음, 피부에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때문에 연합회 뿐만 아니라 회원사들이 마음을 불편해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중견기업특별법이 통과되고 우리가 법정단체가 됐지만 정부 법령 중에서 중견기업(조항)이 포함됐는지 파악좀 해 달라. (법이 시행된지)2년이 지났지만 많은 정책이 중소기업 또는 초기 중견기업에 집중돼 있을 뿐 대다수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고, 국회 통과를 거쳐 2014년 7월22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만 구분된 기존의 2분법적 구조에서 특별법 시행으로 중견기업이 중간에 포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법엔 '중견기업'이 없어 역차별을 받고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중견기업계 일각에선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업무에 집중하고,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계가 가야할 가장 첫 째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업계가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기업계는 판로 규제, 엄격한 가업승계 요건, 공장 신·증설 규제 등 대기업에 준하는 규제를 받고 있어 활동 반경에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입찰 제한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공공·민간 판로가 모두 막혀있고, 가업승계 요건도 매출액 3000억원 기업까지 대상을 넓혔지만 사전·사후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제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중견기업도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세제 혜택 등 실질적 효과를 이끌 장치도 부족하다.
강 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견기업들이 수도권에만 800여 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신·증설 규제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도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운영하는)모태펀드도 중소기업만 되고 중견기업은 안된다는 것 역시 멍청한 발상"이라고 토로했다.
또 중견련이 회원들의 인수합병(M&A)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M&A 센터에 정부에서 예산 요청을 받아주지 않은 것에도 서운함을 내비쳤다.
정치권의 '환골탈태'도 주문했다.
그는 "작금의 여러가지 일들이 경제인들의 잘못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정치로 인해 경제가 힘든 부분이 많다. 청년일자리, 중소기업·자영업자 살리기 등등 (정부에서)많은 것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상당 부분은 정치가 잘못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법시스템의 잘못을 예로 들었다.
강 회장은 "20대 국회가 들어서 12월7일까지 4024개 법안이 발의됐다. 6~7개월 사이에 (국회의원)1인이 14건 이상을 발의한 입법공화국"이라며 "좋은 입법들만 있으면 좋겠지만 (대다수 법안이)실질적으로 경제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예 입법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을 도와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중견기업들은 전문성이 있다. 하림이 필요에 따라 STX팬오션을 인수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문어발 확장이 아니라 필요성, 전문성에 의해 M&A를 한 것이다. 조금만 도와주면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대할 수 있다. 중견기업특별법은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 신영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제8·9대 중견련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