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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물류/항공

<韓경제, 위기라 말하고, 희망이라 쓴다> [현장 르포] 한진해운 사태에 휘청인 부산항, 아직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9일 부산항 부두가 텅텅 비어 있다. 텅 빈 부두는 야적장에 쌓인 컨테이너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물동량이 전년 대비 0.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성 기자



"최순실이 부산을 죽인 거나 마찬가집니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서 부산항도 망가졌어요."

한진해운 사태가 국내 최대 무역거점인 부산의 지역경제까지 파탄내고 있다. 올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978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인 자성대부두 개장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09년 전 세계를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산항은 개장 이후 처음으로 11.0%란 물동량 감소를 경험했다. 당시 수출입화물 14.0%, 환적화물 7.5%가 줄었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12월까지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이 20피트 기준 1941만6000개에 그쳐 지난해 1946만9000개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입화물은 지난해 936만3000개보다 2.3% 늘어난 957만7000개가 예상됐지만 환적화물은 984만1000개에 머물러 2.6%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18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가 수치로만 보면 0.3%에 불과하지만 그 파장은 0.3% 이상이다. 실제로 부산항에서는 대한민국 수출 일번지였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부산항은 부두 대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였고 항구 내에서 컨테이너를 나르는 야드 트랙터(YT)의 움직임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항만을 취재하고 싶다는 기자에게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로 기자들의 출입에 민감하다"며 항만 출입을 에둘러 거절했다.

지역 토박이인 이모(54)씨는 부산항 인근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는 차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 (부산항을 통과하는)신선로는 항상 오가는 트럭으로 붐벼서 일반 차량이 다니기 힘들었다"며 "요즘은 컨테이너도 싣지 못한 트럭이 드물게 한두 대 지나가는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한 트럭 운전사도 "올 초만 하더라도 차량 할부금에 주유비, 고속도로 통행료, 알선료 등을 제하고도 200만원은 넘던 월수입이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트럭을 정리하고 버스기사 등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일이 적어지면 주유비, 타이어 교체비 등의 비용은 그나마 줄어들지만 억대 트럭의 할부금은 그대로이기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진해운 컨테이너로 가득하던 부산항은 코스코(COSCO), 하이펑국제해운(SITC) 등 중국 선사들의 컨테이너가 줄을 이었다. 드물게 보이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에는 한진해운 마크를 급하게 지운 페인트 자국이 남아있었다. /오세성 기자



부산항이 활기를 잃은 것은 한진해운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세계 8위의 글로벌 선사였고 부산항 물동량의 10% 가량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청산을 앞둔 처지가 됐다. 한진해운에 대한 실사를 벌여온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두 배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미 선박의 90%를 매각했고 미주노선 영업권, 스페인 알헨시라스 터미널 등의 자산도 매각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며 전체 1500명에 달하던 인원은 4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진해운 직원 외에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많다. 컨테이너를 세척·수리하는 노동자와 부두 청소노동자 등이 대표적이다. 일용직이거나 단기 계약직인 이들은 고용보장을 받지 못한다. 부산항만에 이러한 노동자는 1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정비를 하는 김모(60)씨는 "우리야 회사에 일이 없으니 나오지 말라면 그대로 끝 아니냐"며 "이미 10월부터 많은 사람이 짐을 싸서 떠났다. 나 역시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진해운 컨테이너를 다른 회사 이름으로 새로 도색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산항에 가득 들어찬 우리나라 컨테이너를 직접 손본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부산항 야적장에서는 한진해운 컨테이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드물게 보이는 파란색 한진해운 컨테이너의 절반가량은 마크를 파란 페인트로 덧칠한 상태였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의 빈자리는 코스코, 차이나 십핑, MSC 등 해외 선사 컨테이너로 채워졌다. 컨테이너뿐 아니라 한진해운이 수송하던 환적화물도 상당부분 해외 선사로 넘어갔다. 특히 북중국지역 환적화물은 중국 코스코가 흡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화물들이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8)씨는 "한진해운이 무너지며 부산항도 망가졌다. 이 때문에 부산 경제마저 휘청이고 있다"며 "최은영과 최순실이 한진해운을 무너뜨렸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이들이 부산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라 덧붙이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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