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인간이 호기심과 함께 공포감을 느껴왔던 인공지능이 딥러닝 방식과 빅데이터 환경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인공지능 로봇을 다룬 영화 아이 로봇(I, Robot)의 한 장면. /이십세기 폭스
2004년 영화 '아이, 로봇'은 2035년 인공지능 로봇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동시에 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하려 드는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감도 표현했다. 그보다 앞서 나온 영화 'AI'는 감정을 가진 어린아이 로봇이 로봇에 대한 사람의 분노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을 통해 로봇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영화가 상영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저 영화 속 미지의 대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에 대해 4회에 걸쳐 알아본다.
올해 초부터 인공지능(AI)이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이세돌이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친 이후 IT 업계에서만 주목받던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이 단숨에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한 것이다.
과거부터 이론적으로 존재했던 딥러닝은 IT 업계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은 기술이다. 실제로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은 2012년 국제이미지인식기술대회(ILSVRC)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팀에서 AI와 딥러닝을 연구하던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딥러닝 기반으로 이미지 분석을 하는 '알렉스넷(Alexnet)'을 만들었다. 알렉스넷은 2012년 ILSVRC에서 정확도 84.7%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인공지능의 이미지 분석 정확도는 75%를 넘지 못했기에 알렉스넷의 등장을 기점으로 딥러닝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딥러닝은 기계가 사람의 뇌와 같은 방식의 사고를 하도록 만드는 학습 알고리즘의 일종이다. 이는 수많은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 사이에서 패턴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어린아이는 사람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며 많은 얼굴(데이터)을 보고 개개인을 잘 구별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다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사람이 컴퓨터를 직접 가르치며 학습을 시키는 방식(지도학습)과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비지도학습)이다. 전자의 방식으로 코딩을 통해 컴퓨터에게 '동그란 것은 공이거나 사과다', '사과는 빨갛다'라고 가르치면 컴퓨터는 빨갛고 동그란 것을 무조건 사과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빨간 공이 사과로 분류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때 사람은 다시 빨간 사과와 빨간 공을 구분하는 방법을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비지도학습은 무수히 많은 공과 사과를 보여주며 컴퓨터 스스로 차이점을 파악하게 하도록 한다. 무엇이 사과이고 무엇이 공인지 사람이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학습을 거듭하면 컴퓨터가 '빨갛고 동그란 동시에 부분적으로 초록빛이 감돌고 간혹 점도 있는 것이 사과'라는 식의 코딩을 직접 한다.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오류 해결을 위한 코딩을 스스로 실시하게 된다.
이러한 딥러닝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정밀도가 높아진다. 딥러닝 시대를 연 알렉스넷은 이 문제로 인해 망신도 당했다.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대 연구팀은 '심층 신경망은 쉽게 바보가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영상인식학회(CVPR)에 발표했다.
연구에서 알렉스넷은 의미 없는 패턴을 전자기타, 화물차, 리모컨, 앵무새 등으로 인식했다. 그간 반복 입력된 것의 범주를 넘어서는 데이터를 발견하고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보더라도 추론을 통해 대응하지만 인공지능은 그 역량이 부족하다.
이는 문제의 난이도에 비해 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 종종 발생하는 과적합 현상으로도 연결된다. 과적합은 발생한 변수가 학습된 데이터와 비슷해 컴퓨터가 쉽게 혼동하고 확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문제만 풀어온 학생이 응용문제를 만났을 때 오답을 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구축되며 이러한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엔비디아 수석 엔지니어 데이비드 커크 박사는 "이미지와 음성인식에서 딥러닝이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며 "개인용 컴퓨터(PC)가 탄생해 수백만 명이 집에서 PC를 쓰게 됐고 모바일 디바이스와 클라우드가 생겨 정보를 어디서나 공유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