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SK텔레콤이 모든 통신사 이용자에게 내비게이션 앱 'T맵'을 무료 개방한 이후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
'공짜 경제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기업들에게 상품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2007년 귀뜸했다. 상품을 공짜로 나눠줘 이용자를 늘리고 그들에게 보완재,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객을 대신해 비용을 지불할 제3자를 찾으라는 전략이다. 최근 공짜 경제학의 극명한 사례를 T맵과 아프리카티비(TV)가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무료를 선언한 SK텔레콤 내비게이션 앱 T맵은 승승장구 중이다.
25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T맵 주간 이용자는 사상 최대치인 576만명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 내비, KT 올레아이나비, 네이버지도 등 2~7위 사용자 수는 절반 수준인 318만명에 그쳤다.
T맵의 이용자 수는 7월 19일 무료 개방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 개방 전 T맵의 주간 이용자 수는 300만명대에 머물러 2~7위 앱 이용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SK텔레콤이 아닌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은 월 4000원 가량을 내야 T맵을 쓸 수 있어 사용자가 SK텔레콤 이용자로 한정한 것이다. 하지만 무료개방 이후 사용자가 늘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셋째 주에는 주간 이용자 수가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고 같은 시기 일간 사용량은 1억714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수집할 수 있는 운행 데이터가 증가하고 서비스 정확도도 높아진다. 서비스 정확도가 높아지면 신규 사용자가 유입된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셈이다.
사실 사용료를 없애면 T맵의 수익구조가 마땅치 않다. 앱 자체로는 수익모델이 아예 없지만 SK텔레콤은 매달 1000만명 가까운 실이용자의 운행 데이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용자들의 이동경로와 위치, 운행습관 등을 빅데이터로 구축하면 새로운 사업을 만들 수 있다. 운전 행태에 따른 보험료 할인 상품이나 중고차 가격 책정 서비스,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동부화재는 T맵 안전 운전 점수가 높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스마트T-UBI' 상품도 출시했다. 유통업체들과는 매장으로 가는 고객에게 할인쿠폰 등을 보내주는 O2O 사업도 협의하고 있다.
반면 유료 정책 때문에 울상인 곳도 있다. 실시간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티비는 최근 시가총액 462억원이 증발했다. 14일 2만9150원이던 주가가 25일 종가 2만4900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15일부터 시작된 주가 급락은 인기 방송진행자(BJ)들의 아프리카티비 이탈에 기인했다. 지난 14일 아프리카티비는 유명 BJ 대도서관(본명 나동현)과 윰댕(본명 이유미)에게 7일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이 모바일 게임 CF모델인 시노자키 아이를 사전 협의 없이 방송에 내보내고 게임을 홍보했다는 이유다.
대도서관과 윰댕은 처분에 반발해 유튜브 활동을 선언했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티비가 개인 BJ에게 들어온 광고에 대해 8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송출비를 요구했다"며 "(이미 별풍선으로 수익을 가져가고 있음에도) 광고 방송까지 돈을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프리카티비는 시청자가 BJ에게 전자 화폐인 '별풍선'을 지급하면 이에 최대 4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며 BJ 벤쯔(본명 정만수)도 유튜브 활동을 선언하며 경쟁 업체로 넘어갔다.
IT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지금의 수익에 집중하기보단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결정권을 줘 이용을 늘리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공짜경제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