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 있는 삼강엠앤티 공장 전경./중견기업연합회
국내 조선해양산업이 대내외 악재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 중견기업이 해외에서 4000억원이 훌쩍 넘는 초대형 수주에 성공,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이 회사가 지난해 거둔 매출액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1999년 설립해 후육강관을 국내에서 최초로 국산화하는 등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해양구조물 공급기업 삼강엠앤티가 그 주인공이다.
후육강관은 해양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 풍력발전, 압력용기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22일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회원사인 삼강엠앤티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최대 국영조선소인 '이소이코(ISOICO)'와 1000톤급 골리앗크레인, 관련 설비 제작, 야드 조성 프로젝트 등 총 445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조선소에 설치된 크레인은 600톤급, 800톤급으로 이번에 이란 조선소에 설치할 1000톤급으로는 초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하다. 또 글로벌 시장 침체로 조선해양분야가 타격받고 있는 가운데 석유, 가스 등이 풍부해 선박 수요가 많은 이란은 자체적으로 LNG선 등 선박 건조 필요성이 커져 이참에 삼강엠앤티의 기술력을 활용, 야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삼강엠앤티는 2006년께부터 이란과 거래를 해 왔다. 하지만 이란 경제 제재 이후엔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제재가 풀린 올 초부터 이란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주요 거래처였던 국내 조선3사가 위기를 맞고 있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삼강엠앤티 송상호 전무는 "기존의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난 6월부터는 테헤란 현지에 사무실을 오픈하고 기술자 등 5명의 직원을 파견해 발주처와 기술 미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송무석 대표이사도 올해에만 이란을 네 차례 오가며 공을 들였다.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19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초대형 수주는 지난해 매출의 2.3배에 이르는 큰 규모다.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삼강엠앤티는 이번 수주로 인해 2020년 목표인 '연 매출 6000억원, 수주 8000억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에 순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또 러시아 선박건조 및 해양플랜트 전문 회사인 스드베르프 DV(Sudoverf DV)사와 연간 1억 달러씩, 총 5억 달러 규모의 수주 MOU도 맺었다. 회사는 별도 팀을 꾸려 러시아와도 본계약 체결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송무석 대표이사는 "대내외 악재로 얼어붙은 대한민국 경제에 희망과 도전 정신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추가 프로젝트들 역시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4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삼강엠앤티는 2012년엔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취업하고 싶은 기업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