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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규모 5.8 지진]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경주 규모 5.8 지진]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국내 최강의 지진은 대한민국이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12일 오후 8시 32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지진으로 13일 오전 5시 현재 8명이 부상했고, 재산피해 신고 253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울산 LNG발전소 4호기는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됐다가 5시간만에 재가동됐다. 전국에서 5만1000건의 지진신고가 접수됐다.

진앙에서 가까운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4호기의 가동을 수동으로 일시정지했으나 점검결과 시설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KTX 열차 38대가 일시 정차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구미공단에서는 일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번 지진은 규모 2~3의 여진이 100여차례 발생했다. 대형지진의 전형적 현상이다.

사람이 느낀 충격인 진도는 경주와 대구가 6, 부산과 창원이 5였다. 이는 2011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쿄에 미친 충격에 근접한다. 고층건물이 휘청이거나 금이 가고, 집안의 집기가 밀리고 장롱이 넘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지진 피해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는 쓰나미나 지진해일처럼 갑자기 바닷물이 밀려와서 대규모 인명 또는 재산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진이 한반도에서 지나칠 정도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일본과 같은 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그동안 우세했던 '지진 안전지대'라는 관측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올들어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모두 52차례에 이르렀다. 가장 빈번했던 2013년 한해(93차례)의 59.9%에 달한다.

이날 지진이 한반도 기준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는 데는 학계의 이견이 없다.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5.0대 지진이 짧은 시간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원인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지목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과거 수마트라 대지진은 10년간 여진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며 "이 여파가 지속하면서 오늘과 같은 수준의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주의 지진이 양산 단층대가 활성화한 탓에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에는 한반도에서도 대규모 지진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국내 건축 상황을 크게 우려하며 당장 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건물 등의 내진 설계 기준이 규모 6.5이다. 이를 충족한 건축물은 33%에 불과하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되면서 건물이나 터널, 교량 등의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돼 거대지진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지진보다 규모가 클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홍 교수는 "규모 5.8이면 진앙지의 낡은 건물이 무너질 수 있는 정도"라며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다면 모르겠지만, 노후한 건물은 그냥 무너지는 수준이어서 늦기 전에 당장 안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국내에서 지진 발생 규모가 커지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에 큰 충격이 가해져 가동이 자동 정지되면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지진 시나리오를 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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