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국제>산업

[솔로이코노미] 솔로들의 여름휴가…"결혼보다 여행이 좋다"

# 전세계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유럽에서 가장 우선적인 소비항목은 여행이다. 1인가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여행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 솔로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세가 가팔라 머지않아 유럽 수준으로 솔로여행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메트로신문이 만나본 싱글족 남녀 10명은 이미 유럽의 싱글족 못지 않게 여행에 푹 빠져 있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여행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동남아 호텔에서 휴식중에 박소현(가명)씨가 찍은 사진. 박씨는 재충전을 위한 여행을 가는 까닭에 호텔에서 왠만해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싱글족 그녀들의 여행

이지연(가명)씨와 그녀의 친구들 5명은 35살이지만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32살로 이들보다 어린 박소현(가명)씨는 아예 37살까지 결혼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운세 때문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점쟁이의 말만 듣고 결혼을 미루는 건 아닌 듯하다. 현재의 싱글족 생활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이들 7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틈만 나면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이씨의 친구인 김지연(가명)씨는 여느 해처럼 올해도 크리스마스 때까지 반년간의 여행계획을 미리 세우고 예약까지 마쳤다. 패션업계 종사자라 해외출장이 잦지만 두달에 한번씩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일과 휴식은 다르기 때문이란다. 한달에 한두번은 외국을 찾으니 일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지내는 꼴이다. 자주 해외를 찾는 만큼 체류기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휴일을 끼고 2~3일 휴가를 내면 3박4일이나 4박5일 일정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일본의 오사카나 도쿄, 중국의 상하이, 태국의 방콕, 싱가포르 등이 그녀가 찾는 곳이다. 특히 보다 가까운 일본을 자주 찾는다.

박소현(가명)씨의 베트남 다낭여행 사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만 골라 찾아다녔다.



김씨와 이씨는 여행반경이 겹친다. 그래서 김씨는 이씨에게 동반여행을 자주 권한다. 하지만 이씨는 김씨와는 달리 미리 여행계획을 짜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에 지쳐 재충전이 필요하다싶으면 바로 떠난다. 보통 두세달을 한국에서 보내면 여행을 떠난다. "어느 기간이 지나면 내가 일하는 곳, 살고 있는 곳의 반경에서 벗어나야 내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면 당일치기로 제주도로 훌쩍 떠나기도 한다.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바다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다 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주변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솔로들 소비의 한 특징이 '저가지향적'이라는 보고가 있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김씨처럼 보다 싼 가격을 찾아 반년전에 미리 예약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씨같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씨는 미리 예약하면 한번 여행에 5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지만 일정에 구속받지 않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자유로움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박소현(가명)씨의 베트남 다낭여행 사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만 골라 찾아다녔다.



이씨가 여행에서 원하는 것은 휴식과 삶에 대한 만족감이다. 관광명소가 아닌 오사카의 평범한 거리를 매번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만큼 시끄럽지 않고, 가까운 교토 역시 조용한 곳이라 두 도시를 오가며 항상 찾는 곳을 다시 찾는다. 마치 서울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면 항상 홍대거리에서 약속을 잡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사카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쇼핑을 하기에는 도쿄가 좋지만 이씨는 쇼핑에는 관심이 없다. 조금 더 쌀 뿐 한국에서도 같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한 여행인만큼 이씨는 숙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단 솔로 여성들은 여행짐이 많은 탓에 넓은 호텔방을 선호한다.

숙소가 가장 중요하기는 박소현씨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왠만해서는 호텔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쩌다 밖으로 나가더라도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자신만의 장소를 반복해 찾는다. 보통은 호텔시설을 즐기는 것으로 하루를 모두 보낸다. 그래서 박씨는 '원플러스원 해피아워' 이벤트나 '호텔 데이트립' 패키지를 제공하는 동남아 호텔을 자주 찾는다. 해피아워 이벤트로 맥주와 햄버거를 무한정 즐기고, 데이트립 패키지로는 저렴한 가격에 호텔마다 각기 다른 시설들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박소현(가명)씨의 베트남 다낭여행 사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만 골라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밤문화를 즐기는 싱글족이라면 방콕이 인기다. 좁은 반경안에 필요한 시설들이 모두 몰려있고, 새로 지어져 깨끗하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함께 와 즐기는 싱글족들이 많다고 한다. 이씨의 친구인 장현아·장현정(가명)씨는 쌍둥이에 모두 솔로라 항상 일정을 맞춰 함께 여행을 간다. 이씨도 지난해 여름에는 친구인 최정아(가명)씨와 함께 방콕을 찾았다.

이씨는 "여행이란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결혼해서도 이런 생활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혼자가 아니니 일단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고, 아이까지 생기면 여행지를 고르는 데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를 가진 그녀의 친구들은 리조트가 편리한 괌을 찾는다고 한다.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배우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여행은 이미 일상의 일부다.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시간이다.

박소현(가명)씨의 베트남 다낭여행 사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만 골라 찾아다녔다.



이씨에게 처음부터 여행이 이같은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갔지만 당시에는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에 바빴다. 싼 먹거리, 불편한 잠자리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다시 와볼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에 되도록 많은 곳을 둘러보려고 열심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씨가 취직하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곳에서 편히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는 싱글족이 되자 어느 정도의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솔로이코노미의 주역이 된 것이다.

정주한(가명)씨가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에서 찍은 사진. 변두리의 평범한 장소다.



◆싱글족 그 남자들의 여행

이씨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를 배우자로 원하는 싱글족 여성들이 많기는 하지만 남자들은 아직 여행보다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좋다. 이씨의 형부도 결혼 전까지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全無)였단다. 김동성(가명, 52)씨도 50줄에 들어설 때까지 싱글족으로 살고 있지만 여행보다는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좋다. 올해는 여행갈 결심을 굳게 하고, 이번 주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 예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시간에 늦어 비행기를 놓치자 결국 며칠간의 휴가를 밤샘 술자리와 낮잠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씨의 친구인 윤선아(가명)씨처럼 여행의 설레임 자체가 목적인 싱글족 여성과는 완전 딴판이다. 윤씨는 여행 한달전부터 들떠 여행용 옷과 가방을 새로 사서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정도다.

정주한(가명)씨가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에서 찍은 사진. 변두리의 평범한 장소다.



이처럼 아직은 여성 싱글족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여행에 빠져 사는 남성 싱글족이 늘고 있다. 최근 결혼해 싱글족에서 탈출한 최재성(가명, 42)씨는 결혼 전까지 여성 못지 않게 여행을 즐겼다. 그도 이씨처럼 유명 관광지가 아닌 즐겨가는 자신만의 여행지가 있다. 태평양의 열대섬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매혹된 오키나와다. 그는 오랜 시간 오키나와에 빠져 살았다. 주말 이틀 일정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오는 일도 잦았다. 오키나와 주민만큼이나 지역의 속사정을 꿰고 있을 정도가 되자 친구들을 잔뜩 끌고 다니기도 했다. 어느 골목에 맛집이 있는지, 어느 민박집이 저렴한지 그에게 물어보면 척척 답이 나온다. 지난해 여름 최씨의 친구들은 그 덕분에 40만원대에 일주일 동안 오키나와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정주한(가명)씨가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에서 찍은 사진. 변두리의 평범한 장소다.



여성들은 결혼 후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그는 결혼 후에도 여행 떠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올해 봄에는 아내의 양해를 얻어 체코의 프라하로 보름 가까이 여행을 가기도 했다. 역시 오카나와에서와 마찬가지로 관광명소보다는 프라하의 골목길을 누볐다. 그에게는 앞으로도 여행계획이 잔뜩 쌓여있다.

정주한(가명)씨가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에서 찍은 사진. 변두리의 평범한 장소다.



최씨보다 한발 더 나가 아예 장기체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정주한(가명, 33세)씨는 지난해 봄에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밀라노는 로마 다음 가는 이탈리아 제2의 대도시에 패션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명소가 넘쳐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반년간의 현지생활에서 정씨가 누비고 다닌 곳은 밀라노 변두리의 평범한 골목길이다. 그에게 밀라노는 구경거리가 아닌 일상을 즐기고 싶은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밀라노는 오가는 비행기삯은 비싸지만 물가가 낮아 살면서 큰 돈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되면 다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주한(가명)씨가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에서 찍은 사진. 변두리의 평범한 장소다.



정씨나 최씨 역시 이씨와 그 친구 못지 않은 솔로이코노미 주역. 아직은 술자리가 좋은 김씨 역시 서서히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 듯한 인상을 남겼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