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한달 새 10% 넘게 오르면서 손절매와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2008~2011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삼성그룹주펀드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지배구조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모멘텀(동력)이 약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가 살아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펀드의 상승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환매에 신중할 것을 조언한다.
2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 새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은 1.66%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7.54%)을 감안하면 수익률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성과가 좋아져 차익실현이 늘어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의 자금 유출도 늘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주 펀드의 부진으로 기회를 기다려온 투자자들이 환매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순유출 규모는 2421억원 가량이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최근 한달 동안 752억원 상당의 순유출이 있었다.
지난 2011년 7월 7조2000억원에 달했던 삼성그룹주펀드의 순자산은 3조1888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 매니저는 "삼성그룹주펀드 투자자들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복국면에 들오선 시점에서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근거는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1578억원으로 한 달 전(6조6928억원)과 비교하면 6.95% 상향 조정됐다.
3개월 전 전망치가 5조원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30%가량 눈높이가 높아진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추정 기준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으로는 반도체 2조6000억원, IT·모바일(IM) 4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2000억원, 소비자가전(CE) 7000억원 등이다.
한국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갤럭시S7의 판매가 당초 예상을 상회하고 엣지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다"며 "여기에 J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중저가 물량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익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분기부터는 갤럭시S7 효과가 줄면서 스마트폰 사업 전체 이익이 줄어들겠지만 중저가 모델의 출하량이 증가해 IM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있다.
삼성SDS가 물류 부문과 IT서비스 부문으로 분할될 예정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물류 부문보다는 IT서비스 부문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래에셋대우 정대로·서윤석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점에서 확인되는 삼성그룹 사업 재편 방향성은 삼성물산 기업가치 제고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두 연구원은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그룹 내 바이오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삼성SDS 분할 시 물류 사업 부문을 직접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인적분할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