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부각된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얼마 전 이세돌과 바둑대결을 벌인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도 첨단 ICT의 한 종류다. 여러 뉴스를 통해 용어가 익숙해진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생명공학 등도 마찬가지다.
다보스포럼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미 산업의 곳곳에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학습기반의 인공지능이 운행하는 자동차가 인간과 거의 흡사한 수준으로 차량을 몰고 다니고 있다.
드론이 택배와 농약살포를 처리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으로 수집된 방대한 정보가 '빅데이터'로 쌓이고, 그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기술이 지금도 꾸준히 연구·개발되고 있다. 인류의 삶과 일과 인간관계가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변화와 함께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혁명의 속도와 깊이를 모르고 있다. 어느 순간 등장한 인공지능이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길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우리 눈앞에 등장하는 첨단기술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엄청나고 정교한 모습으로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인류는 여전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지구촌의 경제성장률이 2.9%에서 2.4%로 낮아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치를 내놨다. 주로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잠재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 생산성도 저조한 데다 노동시장은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서비스부문이나 중소기업 쪽에서는 생산성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선진국 경기가 침체되는데, 한국은 선진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고도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8일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그 동안 국민의 '미운오리새끼'가 됐던 조선업·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뿐 아니라 이들이 '미운오리새끼'가 될 때까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국책은행 등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매스를 댄 것이다.
이번 처방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만간 석유화학·철강·건설 등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구조조정의 처방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 재정비로 발생하는 대량실업에 대비해 이달 중으로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한편,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 위법요소를 포함해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혈세를 왜 민간기업에 지원하느냐는 불만도 높다. 회사가 망가지도록 경영진은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이런 불만과 반대여론을 귀 기울여 듣고,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관 주도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밖에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 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게 '구조조정의 성공'이냐, '책임소재 가리기냐'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느냐, 소외되느냐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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