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채에 문제의식 갖고 중금리대출 상품 만들어…비금융데이터 등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 '눈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조기 수석 졸업한 청년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고금리 부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P2P시장에 뛰어든 그는 차별화된 중금리대출 상품을 통해 1년 반 만에 32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P2P대출 업체 어니스트펀드 서상훈 대표(27)의 얘기다.
어니스트펀드는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연결해 주는 P2P(개인간) 대출 업체다. 중금리와 탄탄한 수익률은 물론,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의식'에서 태어난 어니스트펀드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인화빌딩에서 만난 서 대표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과감한 사업가 기질이 엿보였다.
서 대표는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작게는 장사부터 정보기술(IT) 사업 등을 시도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의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20대 초중반에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겪은 탓일까. 서 대표는 고금리 부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진지한 사업으로 발전시켰고, 그 사업이 지금의 어니스트펀드로 성장했다.
서 대표는 "중금리대출 시장의 부재로 중신용자들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에서 착안했다"며 "재테크나 저축은 '습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0만원 정도의 소액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출희망자는 신용등급 평균 3.5~4등급의 고객으로, 은행 대출이 꽉 찼거나 카드론 이용 등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환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는 예·적금 수익률에 지쳐 있거나 주식 상품에서 돈을 잃은 경우 대체제로 선택되고 있다.
특히 어니스트펀드는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심리·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분석 등을 기반으로 하는 '비금융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역시 '문제 의식'에서 착안됐다.
서 대표는 "저업권에 내려갈수록 무분별한 개인회생 문제가 심각하다"며 "개인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책임감이나 존재감 등을 SNS 등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금융데이터는 금융데이터에서 분석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다"며 "신용평가 뿐만 아니라 부도 위험성과 사기 방지 예측 면에서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금융 데이터는 방대한 데이터가 들어가 있는 일종의 광산"이라며 "본질은 데이터가 모여 있는 어떤 곳을 발견해서 거기서 뭔가를 캐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는 '진짜 중금리대출'로 고금리부채 없애기"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1년 반 만에 3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서 대표는 스물 일곱살 어린 나이에 CEO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사실상 직원들과 파트너와 다름없다. 현재 어니스트펀드 내에서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소통을 위해 상호존대는 물론 영어이름으로 서로를 친근하게 부른다. 서 대표의 닉네임은 '루피'. 인기 만화인 '원피스'의 대장 이름을 땄다. 말랑말랑한 리더를 추구하는 서 대표에게 직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휴게실에 이불과 쿠션을 채워놓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인형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쉴 수 있는 공간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 대표의 방침이다.
스타트업 기업인 만큼 초기에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챙겨주지 못했던 기억에 아직도 월급으로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있다는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서 대표는 "현재는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만 대출을 하고 있는데 나중엔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게도 대출을 하고 싶다"며 이를 '진짜 중금리대출'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합리적인 금리로 대출 받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어 고금리 부채를 없애보고 싶다"며 "얼마나 미래가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 채권 시장을 아시아 국가 전역으로 넓혀 대출자·투자자 모두에게 멋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