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포화상태인 보험 시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온라인 상품 개발이 이어지면 우리 같은 설계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입니다."
13년 경력의 국내 한 대형 생명보험사 컨설턴트는 최근 보험업계의 줄잇는 온라인 보험 상품 개발이 설계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로운 고객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위기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보험업계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해 보험상품을 비교·쇼핑할 수 있게 되면서 설계사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던 보험 판매 채널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보험업계가 온라인 판매채널을 활성화하면서 비교적 생산성이 떨어지는 설계사까지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보험 온라인 채널 5배 증가
최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보험 판매에 있어 설계사가 활동하는 대면채널 비중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생보업계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는 9조4878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98.8%를 차지했고 홈쇼핑을 포함한 텔레마케팅은 1122억2000만원으로 1.1%, 온라인 채널은 53억원으로 0.1%의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3·4분기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가 13조5231억1000만원으로 전체의 98.9%였던 것과 비교해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온라인 채널의 경우 2013년 10억6000만원에서 2년새 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 역시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 비중은 2013년 45조397억1000만원으로 88.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 50조4843억8000만원으로 87.9%였다. 0.2%포인트 준 것이다. 홈쇼핑을 포함한 텔레마케팅의 경우도 2013년 10.4%에서 10.2%로 0.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온라인 채널의 경우만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 7508억7000만원(1.5%)에서 지난해 1조564억2000만원(1.8%)으로 성장했다.
대면채널의 비중이 2년 사이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온라인 보험 상품 개발이 강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론 이와 같은 추세가 심해질 전망이다.
◆보험설계사 수 급감…"전문성 강화해야"
보험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전속 설계사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생보업계의 전속 설계사 수는 11만8986명으로 2년 전인 2013년의 13만7582명에서 13.5% 감소했다. 손보업계 역시 2013년 9만3485명에서 지난해 8만4005명으로 2년 사이 10.1% 줄었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보험업계의 이같은 추세에 반발해 올 3월 '보험다모아'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김진억 보험설계사 모임(보사모) 카페 대표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보험다모아'를 출범시키며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며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은 구하지도 않고 보험사만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생겨나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인 만큼 금융당국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시위 추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온라인 채널 강화가 곧바로 대면채널의 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다모아'와 같은 온라인 채널이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대면채널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른 시기에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설계사들도 전문성 강화 등 다른 채널과의 차별화를 준비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설계사 달래기' 주력
보험업계도 설계사들의 불만을 마냥 모른척 하고 있진 않다. 보험사별로 소속 설계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면채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2년부터 전담 관리자인 육성 지점장 등을 두고 신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 활동 등을 지원하는 육성책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회차별 설계사 심화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수준별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신입 설계사들의 회사 정착률과 정예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설계사 달래기'에 나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통상 6개월 정도 지나면 지인영업은 한계에 봉착한다"며 "그 이후로는 설계사의 전문적 역량이 좌우하는데, 이에 8~13개월차 설계사를 대상으로 영업력 향상 방안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의 생존 경쟁에 따른 상품 판매 전략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생존 경쟁의 끝으로 치닫고 있는 보험설계사들로서는 시대 변화에 맞설 것이 아닌 변화에 순응하는 자세로 전문성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본인만의 특화 전략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