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는 비교적 이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3세인 박태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주류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3세경영시대를 열었다.
◆맥주부문 성장 주역
3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박 부사장은 이미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경영컨설팅 기업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2년 하이트진로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 3년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경영 컨설팅기업에서 근무한 경력도 하이트의 체질 개선에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후발 업체들의 공세로 점유율 하락의 위기를 겪은 하이트진로는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견인이 절실했다.
박 부사장은 전무시절 이미 실적 상승을 실현했다. 하이트진로의 올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1%나 성장했다. 매출액도 1조 4123억원으로 0.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390억원으로 49.4% 늘어났다.
이 같은 실적은 박 부사장이 주도한 '뉴하이트'와 '크림생올몰트 맥스'의 역할이 컸다. 지난 4월 출시된 뉴하이트와 크림생올몰트 맥스는 올 3분기까지 주적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6.9%. 4% 증가했다.
맥주부문 실적이 상승함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3분기 누계 맥주부문 매출액도 6034억원으로 전년동기 5900억원 대비 2.3%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함에 따라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자몽에이슬 해외진출까지 진두지휘
맥주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박 부사장은 소주시장 최강자의 입지 강화에 나섰다. 리큐르인 자몽에이슬은 지난 6월 출시 하루만에 115만 병이 판매되면서 관련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자몽에이슬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11월까지 4000만병 판매고를 올렸다. 경쟁사보다 늦게 리큐르 시장에 진출했다는 핸디캡을 넘어선 것.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시장 선도기업으로서 과도한 시장경쟁에 휩쓸리기 보단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소비자 시장 조사를 통한 맞춤 전략을 내세운 것이 자몽에이슬"이라며 "경쟁사에서 적용한 과일을 그대로 카피하는 미투전략 대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과일을 찾은 점이 자몽에이슬의 성공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자몽에이슬은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0월 태국에 수출한 자몽에이슬이 대형마트 및 주점에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자몽에이슬 수출을 시작한지 1달 만에 초도 물량 3배에 달하는 3500상자 추가주문이 들어와 현재 수출 진행중에 있으며, 내년 1월 예약 주문까지 체결한 상태이다.
하이트진로는 '자몽에이슬' 수출을 태국 주변국가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러 국가에 자몽에이슬을 수출했으며 앞으로 시장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맥주와 소주의 고른 성장을 견인한 박 부사장에게 올해 남은 숙제는 소주값 인상 후폭풍이다. 참이슬이 출고가격을 올렸지만 경쟁브랜드들은 비난이 두려워 여전히 가격인상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