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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野·勞 강력 저지 '파견법'…日·獨서 고용률↑

"과도한 규제는 독(毒)…기술 근로자 '인적 자본 퇴행'" 우려

독일, 파견법 초기부터 제한 없어

일본, 파견 대상·기간 '완전 철폐' 움직임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노동개혁 5개 법안 중 정치권과 노동계가 접점을 찾지 못한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제도다. 업종과 관계없이 파견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나라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의 기초가 되는 주조, 금형, 용접 등 6개 업종, 이른바 '뿌리산업'의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근로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확대할 경우 질이 낮은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노동계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경직 원인이자 개혁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파견법은 업무 경직의 해소를 위해 뿌리산업도 파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은 "파견대상을 제한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며 파견 제도를 중장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 기제로 여기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노동계는 파견 업종을 대폭 확대할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며 강력 저지를 천명한 상태다.

◆日, '업종 제한→일부 확대→완전 철폐' 추진

13일 자유경제원의 노동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은 파견법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행 중이거나 전면 철폐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파견법 이제는 풀어야 한다'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1985년 파견법을 제정한 일본은 파견대상 업무를 '13개 업종 한정→16개 확대(1986년)→26개 확대(1996년)' 등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가 1999년에는 모든 업무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6개 전문적 업무를 제외한 기타 업무의 근로를 1년으로 제한한 것도 2003년 법 개정을 통해 폐지했다. 특히 당시 일본은 제조 업무에 대한 파견까지 허용하면서 광범위한 업무 분야에서 파견 허용이 가능해졌다. 위법 파견 문제가 발생한 2012년에도 일본은 완화한 규제를 되돌리지 않고 유지했다.

일각에선 일본의 완화 정책이 비정규직 증가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2014년 일본의 총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40%에 달한데 따른 것이다. 파견 대상 업종 제한이 있던 1990년대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야스시 이구치 교수는 지난 8일 한국노동연구원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비정규직 중 파견직 근로자는 6%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보건노동복지성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파트타임(48.1%)에서 크게 늘었다. 야스시 이구치 교수는 오히려 "파견직 근로자 수는 감소 중이며 파견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과 인적자원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獨, 파견기간 제한 '완전 철폐'…고용률↑

독일은 1972년 파견법을 제정할 당시 건설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모든 파견을 허용했다. 초기 파견기간은 3개월로 제한, 기간을 엄격히 했지만 '6개월(1985년)→9개월(1993년)→12개월(1997년)→제한 삭제(2003년)'를 거쳐 기한도 폐지했다.

2002년 독일 정부가 일자리 정책으로 추진한 '하르츠 개혁'은 노동 환경을 더욱 유연하게 했다. 이 법으로 24개월 파견기간 상한 규정도 사라졌다. 대신 독일은 차별금지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정규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를 할 경우 임금 등의 환경까지 동일하게 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2005년 65.5%이던 독일의 고용률은 올해 초 74.1%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11.2%에서 역대 최저치인 4.8%로 떨어졌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이 기간 60세와 65세의 고용률도 각각 43.2%, 8.7%에서 2014년 68.8%, 18.2%로 급증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호조가 지속돼 근로자 임금인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소비력을 확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독일의 노동시장 개혁이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렸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지만 장기 불황시대에 실업률을 낮춘 점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 독일 외에도 파견 대상과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도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한 미국의 경우 특히 불법파견과 관련한 정책 논의도 없다.

◆韓, 과도한 규제가 기술 근로자 '발목'

선진국을 선례 삼아 우리나라도 '파견 대상 확대와 기간 제한 철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현행법은 파견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파견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당사자가 원해도 2년이 지나면 일을 그만 두는 상황이 반복된다. 특히 이 같은 규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한 근로자들을 실업으로 내모는 '미스매치' 상태를 부른다는 점에서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627만1000명) 중 근로조건 만족 등 자발적 사유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비중은 절반(49.3%)에 달했다.

앞서 파견법을 완화한 국가처럼 파견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자유경제원 토론에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의 책임 배분에서 파견사업주에 대해 견디기 어려운 책임 강화를 통해 근로자파견사업의 양성과 이를 통한 양질의 고용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파견법은 유연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파견법을 확대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파견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파견법 완화 이후 고용의 질이 하락한 선진국 사례에 대해서는 "기술 근로자들은 실직 상태가 3~4년이 지나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상실하는 '인적 자본 상실·퇴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인적자본이 퇴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제 회복 이후 정규직 채용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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