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커(이준오·융진)의 음악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두 사람이 함께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인 감성이 깊게 배어 있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그라운드 파트1(ground part 1)'은 그런 캐스커만의 음악적 색깔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와 도전이 잘 녹아든 음반이다. 멤버들 스스로도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만족하는 편안함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데뷔 이후 2년 간격으로 앨범을 발표해온 캐스커가 '그라운드 파트1'을 내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팬들에게는 오랜 기다림이었다. 물론 멤버들은 마냥 쉬면서 그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이준오는 영화음악으로, 융진은 다른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만 캐스커로 뭉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눈앞에 닥친 영화음악 작업을 해결해야 했어요. 그리고 앨범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도 있었고요. 이제는 '음원시장'이라고 하지 '음반시장'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하나의 작품짐으로 앨범이 나오는 것처럼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은 없다는 느낌이었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어요." (이준오)
그렇게 잃어가던 음악 작업의 의욕을 되찾게 된 것은 이준오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의 일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완전히 완충이 됐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일사천리로 앨범 작업을 진행했죠." (이준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 만들어둔 음악의 단편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노래들을 모아 새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아이슬란드를 갔다 오더니 곡 작업을 다 하고서는 '이제 노래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정말 '슉' 하고 노래가 나왔죠(웃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었어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서 좋았어요." (융진)
캐스커의 새 앨범 '그라운드 파트1'에는 총 7곡이 수록돼 있다. 이준오가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광선' '산' '게이시르(geysir)'는 최근 전자음악 신의 새로운 경향이 캐스커만의 음악 색깔에 녹아 있는 곡들이다. '만월' '얼룩' '웃는 사람' '세상의 끝'은 익숙한 캐스커의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팬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노래들이다.
캐스커는 이준오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지금과 같은 혼성 듀오 체제로 쉼 없는 음악 활동을 펼쳐왔다. 일렉트로닉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생소하게 느껴지던 2000년대 초반 캐스커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지금, 일렉트로닉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장르가 아니게 됐다.
한때는 이런 대중음악의 흐름에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6집을 만들 때 EDM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캐스커가 EDM을 하는 건 웃긴다는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우리만의 색깔을 고집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웃음). 이전까지는 트렌드와 캐스커만의 음악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그런 고민 없이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밸런스 면에서는 가장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준오) 7곡 밖에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앨범이 꽉 차 있는 듯 안정감있게 들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캐스커라는 이름으로 3년이라는 휴지기를 가진 만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바쁘다. 다가오는 7일과 8일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타이틀을 내건 단독 공연을 갖는다. 데뷔 13주년을 맞이한 캐스커의 음악이 집약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개봉한 '더 폰'에서도 영화음악을 맡았던 이준오는 내년에도 계속해서 영화음악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융진은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캐스커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라운드 파트2'요? 서둘러 낸다면 내년에 나오겠지만 그렇게 바쁘게 앨범을 내고는 싶지 않아요. 아마도 융진의 솔로 앨범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준오)
"솔로 앨범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내야할 것 같아요. 오빠가 도와주냐고요? 그럼 다시 캐스커가 되는 거잖아요(웃음)." (융진)
캐스커의 새 앨범 '그라운드 파트1' 커버./파스텔 뮤직
사진/파스텔 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