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개그맨 김준호(41)는 2013년 KBS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앞날은 밝아보였다. KBS 간판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비롯해 '1박2일' 시즌3의 고정멤버에 이어 '인간의 조건' '두 남자의 특급 찬양'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또 김준현·김지민·이국주 등 후배 개그맨들을 데리고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를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후배들이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회사의 가치도 높아져갔다.
그러나 오르막은 거기서 끝이었다. 지난해 12월 전 공동대표 김모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하면서 몇 십억의 부채를 남겼다. 결국 1월 24일 김준호는 회사 경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해 폐업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횡령인의 부인으로부터 협박도 받았고 배임혐의로 업무대행자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지난해 8월 후배들과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 돈이 전혀 없더군요. 그 때 횡령에 대해 알게 됐어요. 급한 김에 2대 주주에게 돈을 빌렸죠. 후배들 재계약금이었는데 전 대표가 그 돈마저 손을 댄거죠. 알고보니 이전에 횡령을 저질러 집행유예 상태였던 사람이었어요. 기소중지 기간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잡기는 힘들 것 같아요."
김준호는 이 일로 많은 것을 잃었다. 돈과 명예, 그리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까지 떠나보내야 했다.
"미지급금이 꽤 많아요. 후배들 피해가 크죠. 미안할 따름이에요. 평생 갚아야 할 빚이 생긴 셈입니다.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고통스럽겠죠. 지금은 다행히 다들 소속사를 찾았어요."
성공한 개그맨인 김준호는 사업가로서는 자질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지였다.
"당시에는 억울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결국 제 잘못이었어요. 내가 주주고 대표인데 후배들을 데리고 왔으면 회계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했는데 잘 몰랐고 방관한 책임이 있죠. 누굴 탓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억울하다고 사방에 읍소했다가 오히려 비난을 받았죠. 그때 깨달은 건 '연예인은 말을 많이 하면 안되는구나'였어요."(웃음)
사업의 쓴맛을 본 김준호가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준 것은 '1박2일' 멤버들이었다.
"(차)태현이가 많이 힘을 줬어요. 덕분에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광대니까 광대로서 충실히 광대 일을 해야죠."
김준호는 데뷔 20년차다. 99년부터 시작한 '개콘'에 1기로 합류해 지금까지도 출연하고 있다. 여전히 개그를 짜고 무대에 오른다. 그 배경에는 코미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책임감이 있었다.
"지금 '개콘'이 위기인 것 같아요. 항상 스타와 유행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입니다. 요샌 후배들과 매주 20~30개의 코너를 준비하죠. 저는 이주일·심형래·김병조 선배님과도 코미디를 해봤고, 지금은 20대들과 코미디를 하죠.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저 밖에 없어요."
김준호는 실패를 딛고 다시 코미디에 집중하기로 했다. 8월 말에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에서 3년 연속으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조직위원장님이 사건 터지자마자 오히려 절 응원해줬어요. 부코페랑 상관 없는 일이고 또 제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믿어주신거죠. 제 욕심은 부코페가 한국 코미디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무역센터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하는 코미디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이번 사태로 부코페는 전문가들과 회계부터 검토하죠. 앞으로 제 회사를 다시 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회계부터 신경 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