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2억원으로 둔갑' 사기쳐 대출받은 대표 구속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수출 가격을 1만배나 부풀려 1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중견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이는 지난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사용한 사기 수법과 구조가 판박이어서 '제2 모뉴엘 사건'이라는 별칭을 받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전성원)는 자동차 부품 및 전자제품 금형 오퍼·수출업체 H사 조모(56) 대표를 관세청법 위반과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지난달 9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행을 도운 H사 자금담당과장 유모(34)씨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대표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원가가 2만원 이하인 플라스틱 텔레비전 캐비닛을 일본 업체에 개당 2억원에 팔았다고 부풀려 세관에 수출 신고를 했다. 조 대표는 이렇게 얻은 수출채권으로 시중 은행 5곳으로부터 모두 10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조 대표는 수출채권 상환일이 다가오면 허위 수출 신고를 반복하는 등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 대표가 갚지 못한 돈은 3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가 물건을 팔았다고 한 일본 업체 역시 자녀 이름으로 만든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 대표는 이렇게 챙긴 대출금 중 29억원 가량을 미국으로 빼돌려 고급 빌라와 외제차 등을 사는 데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국외재산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3조2000억원대 무역 사기 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건과 구조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업체가 제출한 서류만 믿고 대출을 해준 은행들만 손실을 입게 됐다. 앞서 지난달 관세청은 조 대표 등의 범행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