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한-일 롯데 핵심고리 'L투자회사' 여전히 장악
둘째 신동빈, 회장직 맡고 있지만 사실상 '빈껍데기'
첫째 신동주, L투자회사 통해 언제든지 복귀 가능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며 '한국 롯데' 전체의 핵심 주주 역할을 하는 일본 국적 기업 ' L투자회사'의 실체가 메트로신문 취재결과 윤곽을 드러냈다.
L투자회사는 국내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매년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 챙겨가고 있지만, 일본 국적인데다 비상장 회사여서 소유 및 지배구조가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L투자회사의 현황에 비추어 '신동빈의 롯데'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미래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여전히 L투자회사의 실질적 지휘권자로 남아있고, 아직 후계자를 뚜렷하게 지목하지 않은 상태다.
롯데 계열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일본 회사) 부회장은 언제든지 컴백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상사·롯데면세점·롯데캐피탈 등 모든 국내 롯데 계열사의 대주주로서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회사다.
호텔롯데의 실질적인 주인은 12개로 나눠져 총 72.65%의 지분을 가진 L투자회사다. 호텔롯데의 나머지 지분의 대부분은 역시 일본 국적 회사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가 보유하고 있다.
30일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입수한 L투자회사 관련 문서를 보니, L투자회사는 2007년 3월 29일~ 4월 2일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일본의 롯데상사·롯데물류·(주)롯데 등에서 분할해 만들어졌다.
L제1투자회사부터 L제12투자회사까지 총 12개로 나뉘어져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 지분을 소유한 것 외에 롯데로지스틱스·롯데알미늄·롯데리아·롯데푸드 등 국내 롯데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2007년 분할 당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곳, 신동주 전 부회장이 1곳, 하마모토 에이스케 전 롯데 부회장이 9곳을 각각 맡았다.
2010년 하마모토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L4·L5·L6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L10·L12 두 군데의 이사로 등기된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 9곳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맡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 1월에 걸쳐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대표, 롯데아이스·롯데건설·롯데리아의 이사직 등에서 잇따라 해임된다.
이 시기에 L투자회사 등기부도 급변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모든 대표이사직을 퇴임하고 그 자리(L4·5·6)를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 대표이사가 대신한다.
또 총 10군데에 등기돼 있던 이사직에서도 모두 해임됐다. 더 이상 L투자회사의 등기부에 신 전 부회장의 이름은 존재 하지 않는다.
신동빈 회장은 L10·L12의 이사로 남았다.
당시 재계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야쿠자를 동원해 돈세탁을 한 혐의가 발각돼 경영진에서 추방됐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은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일본 현지에 많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L투자회사를 신동빈 회장에게 넘기지 않은 것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일본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종의 제왕학 훈련과정에 있을 수 있다. 만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최종 낙점했다면 이미 93세로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어느 정도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다. 현재까지 L투자회사의 소유구조에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언제라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L투자회사 9곳(L1·2·3·7·8·9·10·11·12) 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두 곳(L10·12)의 등기이사로만 등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