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강민규 기자] '허리띠를 더 조를 것이냐, 파산할 것이냐?' 결국 그리스 운명은 그리스 국민 스스로 결정하게 됐다.
그리스 의회는 28일(현지시간) 정부가 상정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의결했다.
그리스는 내달 5일 국민투표를 시행해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채권단은 지난 27일 그리스 정부와의 협상에서 앞으로 5개월 동안 120억 유로(약 13조4000억원)를 추가 지원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 실시하는 대신 연금지출 삭감과 세수확대 등을 요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유지를 채권단에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유로그룹(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은 27일(현지시간)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그리스가 요청한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유로그룹은 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성명에서 "그리스에 대한 모든 재정지원은 6월 30일 모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올해 2월부터 이어진 구제금융 협상에서 모든 수준의 노력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거절했다"며 "다음 긴급회의에서는 그리스를 배제한 채 '플랜B'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플랜B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전제로 대응 방안을 짜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의회 표결에 앞선 연설에서 "채권단의 긴축 압박은 그리스를 느린 죽음으로 이끌 것이다.그리스는 굴복하지 않겠다. 국민투표의 목적은 협박을 받는 대신 명예로운 합의와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28일 오후 회의를 열어 그리스 시중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을 중단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ECB마저 유동성 공급을 중단키로 하면 그리스 은행들은 당장 월요일인 29일부터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찬반 의견이 대체로 팽팽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설문 결과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47.2%, 반대는 33%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는 29일 주식·외환시장 개장 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그리스 사태가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그리스발 금융불안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안전통화 선호 현상으로 엔저 현상이 완화돼 경제 전체적으로는 긍정고 부정효과가 교차할 것으로 보고 있다.